Melody Valve Hifi
국내 하이파이 오디오 업계가 불황 속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 듯하다. 오디오 시장의 심각한 내수 침체는 AV의 잠식에 기인한 중저가격대 기기들의 몰락과 하이엔드 제품들의 지나친 가격 상승 외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으나 중고 기기의 가격이 예전보다 크게 낮아진 것도 중요한 원인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오디오 애호가에게 있어서 기기의 바꿈질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으므로 굳이 신품을 구입하여 추후에 손해를 보는 것보다는, 인터넷 등지에 널려 있는 쓸만한 제품을 고르려는 애호가들이 많아진 것도 오디오 경기 침체에서 부인할 수 없는 한 요인이 된다.
오디오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오디오 저변 인구를 늘려 시장 규모를 키운다는 원칙적이고 추상적인 대책도 있겠지만,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훌륭한 성능과 좋은 성능을 겸비한 매력적인 제품들이 지속적으로 새롭게 수입되는 길 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용자가 오래도록 사용하여 중고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제품이라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들을 수입하는 것마저도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까다로운 안전 인증 절차가 앰프나 소스 기기들의 신제품 수입에 있어 심각한 난관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멜로디 밸브 하이파이. 이 새로운 이름은 최근 무기력증에 시달리던 국내 오디오 시장, 특히 신제품이 상대적으로 적은 앰프 분야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호주의 진공관 전문 브랜드이다. 1996년 호주 멜버른에서 창립하여 유럽 쪽에서 크게 성장하였고, 최근 일본에도 상륙하였고 미국에서도 제네시스라는 하이엔드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는 상당히 많아서 인티 앰프로 여섯 종류, 프리앰프 한 종류, 파워 앰프로는 다섯 종류 정도가 나와 있다. 제품에 사용하는 진공관은 3극관과 5극관을 망라하며 2A3, 300B, 845, EL34, KT88, 5881 등 다양하며 반도체 앰프들은 생산하지 않는다. 특히 이 회사의 제품들은 입문기라고 할 수 있는 SP3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통적인 방식, 즉 수작업을 통한 하드와이어링 방식으로 제작되었고 적재적소에 고급 부품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가격대 성능비가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H88A Signature Integrated Amp
국내에 처음 소개된 제품은 H88A 시그너처. 우선 사용된 진공관부터 살펴보자. 이 인티 앰프에 사용된 진공관은 Ei Elite 12AX7 두 개와 자사제 6SN7 네 개, 그리고 일렉트로하모닉스 KT88 네 개. 출력관을 제외하고 총 여섯 개의 쌍삼극관을 쓰는 요즘은 보기 힘든 정통적인 회로 구성이다. 보통 EL34나 KT88과 같은 5극관 푸시풀 구성의 진공관 인티 앰프들은 최근 CDP의 출력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 자디스의 오케스트라나 신세시스의 니미스, 플레임처럼 초단에 12AX7과 같은 미니어처 쌍삼극관을 두 개만 써서 간단하게 회로를 구성하는 경향이 있다. 이외의 5극관 푸시풀 진공관 인티 앰프들은 초단으로 쌍삼극관 두 개와 위상반전/드라이브용으로 쌍삼극관 두 개, 도합 네 개를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보다 더 많은 관을 사용한 예로는 자디스의 고급 인티 DA50의 다섯 개 정도. 그런데 멜로디의 H88A 시그너처는 그보다 더 많은 여섯 개의 쌍삼극관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소재보다는 음 튜닝이 더 중요한 것이고, 관을 많이 사용하고 적게 사용한 것이 좋은 앰프의 조건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에 의하면 관을 적게 쓴 간단한 회로 구성의 앰프들은 고역 특성이 좋은 생생한 음을 들을 수 있는 반면 자칫 저음이 부족하고 고역이 거칠어지기 쉬운 경향이 있었다. 반면에 관을 많이 사용한 복잡한 회로 구성의 앰프에서는 정제되고 잘 다듬어진 고역과 저역의 풍만함에서 더 자연스럽고 음악적이라고 느껴진 적이 많았었다.
채널당 50W의 출력을 내는 이 앰프는 무척 무겁다. 독자 분들 중에는 오래 전부터 앰프를 고를 때 자신이 없으면 무게로 결정하라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최근의 스위칭 전원부를 사용한 앰프를 제외하면, 무게가 무거우면 트랜스를 포함한 전원부, 또는 방열장치가 좋다는 것을 의미하고, 진동에 대해서도 강하기 때문이다. H88A 시그너처의 출력트랜스와 전원트랜스의 크기는 출력에 비해 무척 크며 새시의 두께도 두껍다. 또한 이 앰프는 상당히 고급스럽게 반짝이는 검정색 래커로 마무리되었는데, 이토록 두텁고 고품위의 광택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도색과 열처리, 그리고 정밀한 피니싱 가공이 필요했을 것이다. 실제로 여기 저기 손으로 두드려보아도 불필요한 울림이 생기는 부분은 전혀 없이 단단하다. 단정하고 빈틈없는 외관에는 꼭 있어야 할 것들만 달려 있다. 앞 패널에는 전원 스위치와 소스 셀렉터 그리고 볼륨 뿐. 뒷면에는 미국 CMC(Charming Music Conductor)에서 만든 금도금 OFC 스피커 단자와 RCA 입력단자가 고급스럽다. 한편 새시 좌우에 출력관의 바이어스 조정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반고정 저항이 있는데 상당히 여러 바퀴 돌아가는 정밀 제품으로 흔히 보던 부품과 차별화된다.
수수하고 단정한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의 화려한 모습은 깜짝 놀랄 정도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24스텝의 볼륨 어테뉴에이터. 1% 금속피막 저항을 일일이 납땜해서 조립한 이 어테뉴에이터는 비록 리모콘을 사용하는 편리함은 빼앗아 버렸을지는 몰라도, 디지털 볼륨은 말할 것도 없고 접촉식의 일반 볼륨보다 음질이 월등하다. 뿐만 아니라 오래 사용해도 직직거리는 잡음이 나지 않아 수명이 반영구적이다. 한편 커플링 커패시터로 고역대가 특히 아름답기로, 그리고 값이 비싼 것으로도 유명한 호블랜드 뮤지캡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회로에 사용되는 저항은 대부분 금속 피막제로 1%급. 열에 강한 고급 세라믹제 진공관 소켓에 세라믹 퓨즈, 그리고 신호 전송에 사용되는 선들은 촘촘하게 잘 실드된 은도금선이며 전원 인입부에는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한 라인 필터까지 달려 있다. 전원부에 사용되는 모든 전해 커패시터도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섭씨 85도짜리가 아닌 105도까지 견디는 고급형인데, 실제로 진공관 앰프 내부에서 그렇게까지 온도가 높아질 일이야 없겠지만 내구성이 좋아져서 수명이 길어질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내부 구성을 보면 작은 부분까지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고, 경제성보다는 제품의 성능을 먼저 생각하는 제작자의 자세가 확실하게 느껴진다.
한편, 출력단의 릴레이 부분과 좌우측의 바이어스 조정 회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선재로 부품 사이를 연결한 하드와이어링으로 만들어졌다. 진공관 앰프는 B전압이 높기 때문에 기판을 사용하는 것보다 하드와이어링이 음질적으로 유리하다. 다만 하드와이어링으로 작업하면 숙련된 기술자가 일일이 납땜을 해야 하므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크게 상승하는 것이 단점이다. 물론 하드와이어링 앰프라고 해서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설계 측면에서는 선재의 선택과 부품의 배치가 매우 중요하며 제작 측면에서도 기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현격한 편차가 있을 수 있다. H88A 시그너처의 내부를 볼 때에는 진공관 앰프 제작에 상당한 경험을 갖춘 인물이 설계하고 숙련된 기술자들이 작업한 듯하다. 전체적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H88A 시그너처의 음색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커플링 커패시터의 영향 때문인지 KT88을 출력관으로 채용한 제품이라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투명하고 나긋나긋한 고역을 내 주는 점이다. KT88을 채용한 많은 앰프들이 힘은 세지만 중고역에서 거칠고 강인한 면이 강조되거나, 고역이 장중한 저역에 비해 소극적으로 펼쳐지는 것들과는 대조적으로 이 앰프의 음은 밸런스가 잘 맞는 정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지극히 자연스럽다. 즉 진공관을 10개나 사용한 상대적으로 복잡한 회로인 만큼 설계 차원에서 충분한 음 튜닝이 이루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저역도 단정하고 따듯하며 더구나 저능률 소형 스피커에서도 강인하게 저역을 뽑아 내는 힘을 겸비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음 조성을 위하여 입력감도를 상당히 높게 설정해 둔 듯하다. 볼륨을 끝까지 올려도 소리가 찌그러지지 않는다. 따라서 볼륨은 무척 많이 돌아간다. 보통의 앰프들은 볼륨 커브를 급하게 조정하여 9시나 10시까지 조금만 돌려도 큰 소리가 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앰프들이 힘이 좋다고 착각하는 애호가들도 많다. 하지만 볼륨이 돌아가는 양과 앰프의 힘은 별개의 이야기이다. 그것은 단지 볼륨 커브의 특성일 뿐이다. 아마 이 앰프의 설계자는 연속 볼륨이 아닌 어테뉴에이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음압이 무척 높은 스피커와 매칭할 때 세밀한 조작을 할 수 있도록 커브를 조정했을 것이다.
Arietta Integrated Amp
플레이트, 그리드, 캐소드 이렇게 단 세 개의 전극만을 갖는 3극관. 특히 캐소드에서 열전자를 방출하기 위해 캐소드를 직접 가열하는 3극 직열관은 실로 진공관의 원형이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3극관은 출력이 작다는 그리고 직열관은 구조상 험이 유도되기 쉽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히터와 캐소드가 분리된 방열관이 출현하게 되고 컨트롤 그리드를 하나 둘 추가하면서 출력을 높인 4극관 5극관이 나타나게 되었다. 즉 기술적으로 보면 삼극관이 진화하여 4극관이나 5극관이 되고 직열관이 진화하여 방열관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도 진공관의 참 소리는 삼극관, 그것도 직열관이어야만 한다는 주장들이 꾸준히 들려온다. 마치 진공관이 진화하여 TR 시대가 되었지만 아직도 진공관을 고집하는 애호가들이 많은 것처럼, 그리고 LP가 진화하여 CD가 되었지만 아직도 LP를 찾는 애호가들이 많은 것처럼.
H88A 시그너처 이후로 두 번째로 국내에 소개되는 멜로디의 인티 앰프 아리에타는 3극 직열관 2A3를 푸시풀 구성하여 18W의 출력을 내는 인티 앰프이다. 광택 있는 검은 새시는 H88A 시그너처와 철저히 동일하며 노브의 위치나 입출력 단자도 같다. 초단과 위상반전/드라이브단에 사용된 진공관도 12AX7 두 개와 6SN7 네 개로 동일한데, 다만 드라이브단의 6SN7은 골든드래곤제로 고급화되었다. 출력관은 소브텍제 2A3를 푸시풀 구성으로 엮어 채널당 18W의 출력. 트랜스의 크기 역시 H88A 시그너처와 같다. 채널당 50W의 H88A 시그너처에서도 크다고 느껴졌던 출력 트랜스와 전원 트랜스를 출력이 삼분의 일에 불과한 앰프에 태연하게 그대로 달아 놓은 것이다. 혹시나 쇼트가 날까 부품의 리드 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철저한 하드와이어링 기법과 1% 금속 피막 저항으로 일일이 납땜해서 만든 어테뉴에이터도 H88A 시그너처와 동일하다. 다른 부품들도 대부분 동일하나 커플링 커패시터는 호블랜드 뮤지캡이 아닌 젠센의 오일콘덴서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아리에타의 내부를 살펴보면 H88A 시그너처의 전원부와 다른 곳이 있다. 스프라그제 22000마이크로패럿의 대용량 커패시터 4개. 놀랍게도 그것은 2A3의 히터를 직류 점화하기 위한 것이다. 당연히 직열 3극관의 고질적인 병폐인 험 노이즈는 이 앰프에서는 들을 수가 없다. 초단이나 드라이브 단에 사용되는 작은 진공관들은 대부분 직류 점화를 하지만 출력관을 직류 점화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2A3는 히터 전압이 2.5V로 다른 출력관보다 낮고 대신 큰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일이다. 혹시 극렬 애호가들의 자작품에서 전례를 찾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메이커의 제품 중에서는 아직 본 적이 없다. 더구나 전원부는 철저하게 용도별로 독립되어 있다. 직류점화용 전원부외에 B전압 공급을 위한 전원부도 출력부와 초단 및 드라이브단이 분리되어 있다. 이렇게 독립적으로 분리되고 또한 강력한 전원부는 18W급의 진공관 인티 앰프에서는 유례없는 것이다.
강력한 전원부의 영향인지 채널당 18W의 소출력 인티 앰프로 울릴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저능률 스피커들과의 매칭에서도 상당히 당찬 소리를 들려준다. 투명하고 예쁜 고역. 저음은 과하지 않으며 음의 윤곽을 상쾌하고 스피디하게 살려 낸다. 앰프의 해상도가 뛰어난 만큼 업샘플링이 지원되고 해상도가 높은 고급 CDP의 사용은 필수적이다. 회고적인 진공관의 두툼하고 소극적인 소리와는 거리가 멀고 진공관이나 반도체를 막론하고 소위 괜찮다는 하이엔드 시스템에서나 들을 수 있는 청명한 소리이다. 크기가 과한 트랜스를 사용했을 때 간혹 문제가 될 수 있는 트랜스의 떨림은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들리지 않고 험도 없으므로 늦은 밤 진공관의 불빛을 바라보며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음악을 듣기에도 좋다. H88A 시그너처와 음색을 비교하면 아리에타 쪽이 소출력임에도 무대가 스피커 뒤쪽으로 넓게 펼쳐지는 것이 경이롭고 고역의 질감이 더욱 섬세하며 아리에타가 전체적인 음색에서 차분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위에서 오디오 시장의 불황을 탈출하기 위한 정공법은 매력적이고 우수한 성능을 가진 새로운 기기들을 꾸준히 애호가들에게 소개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쓴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멜로디의 앰프들이 오디오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언제나 매력적인 새로운 제품들을 기다린다는 사실, 그리고 아무리 불황이라도 좋은 제품들은 팔린다는 것. 멜로디의 앰프들이 수입된지 1년 가까이 되었지만 오디오 중고 장터에 거의 한 번도 매물로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수입원 : 헤르만 오디오(031-816-7085)
사용 진공관 : KT88×4, 6SN7×4, 12AX7×2
출력 : 50W+50W Class AB1 (푸시풀)
주파수 응답 : 20Hz~30kHz
입력 임피던스 : 250kΩ
출력 임피던스 : 4Ω, 8Ω
입력 감도 : 380mV
S/N : ≥90dB THD : 1%
크기(WHD) : 430×185×380mm
무게 : 28kg

사용 진공관 : 2A3×4, 6SN7×4, 12AX×2
출력 : 18W+18W
주파수 응답 : 20Hz~30KHz
제로 피드백
입력 임피던스: 250KΩ
출력 임피던스 : 4Ω, 8Ω
입력 감도 : 380mV
S/N:≥90dB T.H.D: 1%
크기(WHD) : 430×185×338mm
무게 : 28kg

[Melody] Arietta 인티앰프 ]
[[Melody] H88A Signature 인티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