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라노-피렌체-로마-나폴리를 잇는 그랜드 투어로 유명하다. 19세기 영국에 이탈리아 붐이 일면서 당시 ‘난다긴다’ 하는 상류층이며 지식인들이 이 루트를 돌았다.
<전망이 좋은 방>이라는 영화는, 바로 이런 투어 중에 벌어진 로맨스를 다룬 작품인 것이다. 지금은 나폴리 대신 베니스가 들어서서 새로운 그랜드 투어를 형성하고 있지만, 사실 로마와 베니스라는 압도적인 두 도시를 제외하면 전국에 산재한 수많은 도시가 비슷비슷한 유산과 박물관과 음악당을 갖고 있어서, 서로 우열을 매기기 힘들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배운 게 있다면 정말로 가볼 도시가 많다는 것이고, 그 점에서 우연히 찾은 비첸차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탈리아를 잘 모르는 분들은, 비첸차 하면 팔라디오의 고향이고, 한적한 시골 마을 정도로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도시의 인구는 고작 12만에 불과하다. 중심지라는 팔라디오 거리는 20분 정도 걸으면 끝난다.
하지만 도시 곳곳에 궁전이며 성당이며 미술관 등 볼거리가 넘쳐나고, 방대한 공원도 몇 개나 있다. 여름엔 미국이며 유럽의 유명 뮤지션을 불러다가 큰 재즈 페스티벌도 개최하고 있다. 도시의 소득 수준도 높아서, 시민들이 먹고
마시고 입는 모습은, 밀라노 못지않다. 중세부터 부유층이 모여 살았던 도시인만큼, 그 영향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 도시를 근거로 해서 소누스 파베르와 패토스가 활약하고 있다. 이탈리아 오디오계를 대표하는 두 브랜드가 모두 이곳에 있는 것이다. 그 점 하나만으로도 놀랍지 않은가?
아무튼 요즘 소누스 파베르에서 필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팔라디오 한정판이다. 잘 알려진 오마주 시리즈를 좀 다듬어서 팔라디오 탄생 500주년에 맞춰 한정 생산으로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여유가 되면 꼭 하나는 구입하고 싶을 만큼 탐이 난다. 올해 밀라노에 갔을 때 실은 크레모나를 방문하려고 있다. 바이올린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소누스 파베르를 의식한 결과다. 잘 알다시피 프랑코 셀브린은 크레모나에 가서 다시 한 번 조상들의 숙련된 솜씨와 장인 정신을 공부한 다음 오마주 시리즈를 만들었다. 과연 그 도시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정이 바빠서 다음으로 미루고 말았는데, 팔라디오 한정판을 구한다면 크레모나는 꼭 들려야할 것 같다.
소누스 파베르의 제품들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류트의 형상을 하고 있다. 크레모나에 가기 전에 셀브린이 만든 것들은 네모난 형상이었지만, 이 도시에서 다양한 기술을 전수받으며 ‘스피커는 악기다’라는 사고를 공고히 한 후에 내놓은 결론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예 류토 시리즈를 런칭해서 오마주나 크레모나 시리즈를 구입할 수 없는 애호가들에게 좋은 선물을 건네고 있다. 여기서 류토는 류트의 이탈리아어다.
역시 위에서 내려다보면 프런트 부분에서 서서히 만곡을 이뤄가며 뒤에 가서 급격히 좁아지는 포름을 취하고 있는데, 영락없는 류트다. 물론 류트는 기타의 전신으로, 손가락을 줄을 튕겨 통 울림으로 음을 내는 식이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후기 바로크 시대까지 주로 쓰였으므로, 요즘엔 자주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형상은 음향학적으로 매우 우수하고 이후 많은 현악기 제작의 모태가 되었다. 스피커도 기본적으로 음을 내는 도구이므로, 이런 악기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라 하겠다.
본 기는 류토 시리즈의 톱 모델이다. 전체 라인업을 보면 3웨이 플로어 스탠딩의 본 기가 있고, 2웨이 북셀프의 모니터, 센터 스피커인 스마트 센터가 그 뒤를 잇는다. 이 3종을 엮으면 당연히 홈시어터가 되는데, 요즘 추세로 볼 때 이런 구성은 당연하다고 본다.
단, 하이파이를 지향해서 만든 만큼, 과격한 폭발음이 난무하고, 헬기의 프로펠러가 빙글빙글 돌고, 박격포를 펑펑 쏘는 따위의 음과는 별로 인연이 없다. 아무래도 이런 시리즈로 홈시어터 패키지를 구성한다면 유럽을 무대로 한 시대극이나 로맨스물이 적합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전망이 좋은 방>을 다시 보고 싶기도 하다.
본 기는 3웨이 3스피커로 구성된 바, 우선 유닛을 보면 다음과 같다. 트위터는 25mm 구경으로, 패브릭 돔 드라이버가 쓰였는데, 소프트 폴리머 계통의 재질로 유닛 주위와 쳄버를 만들어 튜닝에 신경을 썼다. 미드레인지는
15cm 구경의 이른바 PP콘 계열인 폴리프로필렌인 바, 다이내믹 레인지를 넓히기 위해 특주한 사양이다.
우퍼는 22cm 구경으로 알루미늄·마그네슘 물질이 섞인 콘 드라이버. 역시 다이내믹스에 신경을 쓰면서 왜곡과 리조넌스 발생을 최대한 방지했다. 모두 이번 모델을 위해 새롭게 개발된 유닛들이다.
한편 크로스오버를 보면, 리조넌스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상이한 재질을 가진 유닛들이 일체감을 갖고 움직이기 위해 2차 오더로 꾸몄다.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350Hz와 3kHz. 단, 고역이 이례적으로 25kHz까지 뻗는 만큼, 이 부분에 상당한 개방감이 느껴지며, 저역 역시 40Hz로 넉넉한 스펙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인클로저를 보면 가히 탄성이 나올 만큼 단단하고, 멋진 외관이 두드러진다. 이보다 상급 시리즈인 크레모나가 전혀 부럽지 않은 만듦새다. 특히, 프런트 배플을 감싼 가죽의 질감이나 활용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뒤편을 보면 세 개의 포트가 나 있어서 전체적으로 입력 감도가 89dB에 이를 만큼 높고, 임피던스도 8Ω인 만큼 구동에 있어서 상당히 용이하다. 메이커에서는 최소 40W 정도면 된다고 하지만, 역시 본격파 3웨이인 만큼 200W 정도는 물려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단, 이번에 매칭한 패스 INT-150은 객관적은 수치를 훨씬 상회하는 구동력을 갖고 있는 바, 본 기와 적절한 조합을 이루고 있다. CD 플레이어는 캐리의 303-300을 사용했다.
만년의 폴리니가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7번. 가히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음향이 흘러나온다. 폴리니가 지휘까지 겸한 녹음인데, 빈 필 특유의 비단결 같은 현에 얹혀지는 건반 하나하나의 울림이 몽실몽실
마음을 감싼다. 모차르트의 밝고 경쾌한 음조에 숨어 있는 어둠까지 낱낱이 드러내면서도 결코 과시하지 않는다. 이 정도로 분해능이 있다는 허장성세보다는 차분하게 소스의 맛을 음미시키는 재생이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밸런스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듀크 조던의 ‘No Problem’은 더블 베이스의 강력한 인트로로 시작하는데, 깜짝 놀랄 만큼 매끄러운 저역이 나온다. 해상력도 출중해서 줄 하나하나의 움직임이나 떨림이 감지되고 지나치게 풀어지지 않아 절묘한 리듬감을
선사한다. 손으로 치다가 나중에 스틱을 치는 드럼의 변화도 충분히 감지되고, 여유만만한 피아노는 부드럽게
시청실의 공기를 감싸 안는다. 이런 음악을 듣고 있으면, 과연 류토 & 패스의 조합이 대단한 호소력을 갖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ZZ 탑의 ‘Thunder Bird’. 라이브 특유의 활기가 엄청난데다가, 저역의 탄탄한 뒷받침으로 흡사 공연장에 온 듯한 박력을 선사한다. 흔히 소누스 파베르 계통은 현에만 강점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이렇게 강인한 소스도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하는 능력은 높이 살 만하다. 록 음악의 거침을 음악적으로 멋지게 승화시킨 본 기의 재주에 연신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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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10 11:05
"와! 이 패션 제품은 제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어요! 포장을 뜯는 순간부터 뭔가 특별하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소재 품질도 정말 훌륭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