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lson Benesch Discovery - 강요하지 않는 세련미에 대하여
빈티지 오디오로 구성되어 있는 필자의 메인 시스템을 교체할 경우 윌슨 베네시를 비롯한 몇 가지 현대 기기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깜짝 놀란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되묻곤 한다.
“뭐라고요? 윌슨 베네시요? 빈티지 하시는 분으로 알았는데, 정말 뜻밖이네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나면, 그렇다면 플레이어는 무엇으로 할 것이고, 프리와 파워 앰프는 무엇을 고를 것인가 하는 따위의 질문은 아예 던지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평소 제 의중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필자의 문제인지, 아니면 필자를 오해한 그들의 문제인지, 그 이유야 찬찬히 따져 볼 일이지만, 이런 일을 몇 번 겪으면서 빈티지가 필자를 따라다니는 꼬리표 같은 것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사실 남이 나를 보는 문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극과 극은 통한다는 식의 상투적인 이야기보다는, 오래된 것이라고 해서 모두 빈티지는 아니며, 현대 기기라고 해서 모두 배척할 것 또한 아니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이다. 어느 시대에나 좋은 기기는 언제나 그 자리에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필자는 음향에 대한 독자적 관점을 분명하게 드러낼 줄 아는 뛰어난 스피커 메이커로 윌슨 베네시를 꼽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윌슨 베네시에 대한 필자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 버린 꼴이지만, 필자가 이런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년 전 필자는 이 회사의 스피커인 Act 1에 대하여 본지에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이 기기의 재생음은 분명한 이미지의 색채 표현과 절도 넘치는 흐름 사이의 정연한 통합을 추구하는 현대적 음향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이 가운데서도 유연한 표정으로 어우러지는 정연한 흐름과 정교한 색채 표현은 특필할 만하다. 이 기기의 표현력을 말해 주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몇 가지 유보 조건이 따르지만 이만 하면 최고의 평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최고 기종인 키메라나 Act 1 에볼루션 정도라면 몰라도, 하이엔드 입문 기종인 디스커버리에 대해서도 이러한 관점을 그대로 적용해도 될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좀더 면밀한 검증 작업을 거쳐야 하겠지만, 이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일단 그렇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단골 레퍼토리인 카본 소재의 인클로저와 진동판을 채용하고 있는 디스커버리 또한 윌슨 베네시 특유의 세련미 넘치는 정교한 음향 조형에 섬세함·풍성함·광활함 등을 유려한 필치로 용해하는 독특한 품격의 음향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스피커의 성격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외양으로만 보면, 꽤 키가 큰 전용 알루미늄 스탠드에 북셀프 스피커를 결합하여 사용하는 것인 만큼, 이 스피커는 일단 소형으로 분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디스커버리가 네 개의 유닛을 사용하고 있는 3웨이 스피커라는 점부터 언급해야 한다. 이 스피커는 2.5cm 구경의 돔형 트위터, 17.8cm 구경의 미드레인지, 17.8cm 구경의 우퍼 두 개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정도라면 이 스피커를 소형으로 분류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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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한 가지 흥미를 끄는 것은 이 스피커를 정면에서 바라볼 경우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만 눈에 들어온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두 개나 되는 우퍼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찬찬히 살펴보면 이 스피커는 이들 두 개의 우퍼를 서로 마주보게 하여 겹쳐 놓는 이른바 아이소바릭 방식으로 인클로저 아랫면에 설치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소구경 우퍼 두 개를 서로 겹친 상태로 인클로저에 수납하여, 소형 인클로저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설계는 현대의 오디오 환경 속에서 하이엔드의 영역에 진입하려는 소형 스피커가 취하는 독특한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오디오가 지향하는 깔끔한 외관과 본격 하이엔드 재생 사이의 접합점을 찾고자 하는 치열한 노력이 이 스피커의 설계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소형 스피커의 틀을 유지하면서 실제로는 대형 플로어형 스피커가 만들어 내는 스케일이 큰 강력한 음향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인클로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독자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기기가 바로 디스커버리인 것이다.
이럴 때 디스커버리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저음역이다. 과연 이 스피커는 소형 인클로저의 한계를 극복하고 광활한 음향 무대 연출의 토대가 되는 저음역을 만족스럽게 제시하고 있는가? 답부터 말하면 상당 부분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오히려 스케일을 줄일 필요가 있을 정도로 풍부하면서도 강력한 저음역을 투사하는 모습이 이 스피커에서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특필할 만한 사항은 이 스피커의 저음역이 이처럼 큰 스케일과 강력한 힘을 보여 주면서도 음향을 짓누르거나 강제로 밀어내는 따위의 인위적인 모습을 거의 내비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윌슨 베네시 특유의 잘 정제된 세련미를 연출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지만, 이 스피커는 자연스러운 확산감과 무게감을 겸비한 저음역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럴 때 대역 밸런스의 안정감이 높아지고 음색의 일체감과 색채 표현이 좋아지며, 음향의 템포에도 여유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체적으로 다소 소극적인 음향 조형이 마음에 걸리지만, 이 스피커는 음악 표현의 중심 대역에서 윌슨 베네시 특유의 정교함·투명함·잘 정제된 색채 표현·유려한 다이내믹 등이 깔끔한 조화를 이룬 세련미 넘치는 음향을 살려내고 있으며, 음악 자체의 매듭과 풀림을 적절하게 포착해 내는 안정감 넘치는 템포를 보여 주고 있다. 특히 고음역에서 살아나야 할 적절한 광채는 음향 자체에 개방감과 생동감을 표현해 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스피커에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스피커에서는 중음역과 저음역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튜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특히 저음역의 튜닝 여하에 따라 음향의 표정이 상당히 달라질 것처럼 보인다. 이 부분의 조정이 만족스럽게 이루어진다면 세련미와 자연스러움이 혼연일체를 이룬, 능소능대한 음향 연출력이 돋보이는 독특한 음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윌슨 베네시 특유의 깔끔하면서도 투명한 세련미가 자연스러운 음향 무대 속에서 생동감 넘치는 표정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각과 청각 이미지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생각한다면, 이 스피커의 튜닝 작업에서 표현의 스케일과 다이내믹의 낙폭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음향 무대의 규모와 음악 표현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작업은 중소형 스피커 튜닝 작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디스커버리가 도달하는 새로운 세계, 그것은 현대적 세련미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인위적인 음향 밸런스를 극력 배제하는, 그리하여 유연함과 절도가 함께 살아 숨쉬는 독특한 세련미의 세계, 이를 두고 강요하지 않는 세련미라고 하는 것이리라.
구성 : 2.5웨이 4스피커
사용유닛 : 우퍼(2) 17cm, 미드레인지 17cm, 트위터 2.5 소프트 돔
재생주파수대역 : 45Hz-24kHz(±2dB)
출력음압레벨 : 88dB/2.83V/m
크로스오버 : 500Hz, 5kHz
파워핸들링 : 200W
임피던스 : 6Ω, 4Ω(최소)
크기(WHD) : 23x110x37cm
무게 : 3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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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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