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양 소통 절제의 미덕.. YBA Heritage A100 하이파이클럽
• 작성자 : 김관명
#1. 해마다 5월이면 프랑스 칸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립니다. 저도 2004년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초청돼 결국 그랑프리(심사위원대상)를 수상했던 해였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우마 서먼을 바로 코 앞에서 본 것, 박찬욱 감독이 기자회견 도중 담배를 꺼내 문 것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어쨌든 영화제 메인 빌딩 바로 뒤가 검푸른 지중해였는데, 그 풍경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화사한 로코코풍의 호텔들, 자유롭게 거리를 거니는 파란눈의 외국인들, 형형색색 과일들을 나무박스에 담아 전시한 작은 가게들...무엇보다 지중해에서 살랑대며 불어오는 미풍과 그에 섞인 달짝지근한 향기. 이 모든 것들이 제게는 ‘프-랑-스’로 기억됩니다.
#2. 2014년 5월, 이번에는 우연찮게 영국 런던에서 한 열흘 머문 적이 있었습니다. 유럽에서 더 잘나가는 국내 모 아이돌그룹이 콘서트를 열어 겸사겸사 갔던 것입니다. 하이드파크도 걸어보고, 런던 시민들이 그렇게나 좋아한다는 런던 지하철도 타보고, 세계적인 셰프 고든 램지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에서 스테이크도 썰어보고, 하여간 호사를 누렸습니다. 그러다 영국인 가이드한테 물어봤습니다. “Do you know HARBETH?” 그러자 대뜸 그럽니다. “What?” 뭐야. 이후 B&W, KEF, NAIM, TANNOY 다 물어봐도 그 가이드의 대답은 “Sorry, I don’t know”였습니다. 요즘 영국 사람들은 오디오를 잘 안듣는다고 그러더군요. 어쨌든 이 모든 것들이 제게는 ‘여-엉-국’으로 기억됩니다.
또 잡설이 길었습니다. YBA Heritage A100는 프랑스발(發) 트랜지스터 인티앰프입니다. 오디오 설계 전문가이자 전자공학 교수였던 프랑스의 이브 베르나르 앙드레(Yves-Bernard Andre)가 1981년 파리에 설립한 회사가 YBA이고, 이 회사에서 2012년 5월 발표한 출력 100W에 클래스AB로 구동하는 인티앰프가 바로 Heritage A100입니다. 이 회사 라인업은 ‘시그니처’(Signature), ‘패션’(Passion), ‘제네시스’(Genesis), ‘헤리티지’, ‘디자인’(Design) 순으로 짜여져있습니다. 헤리티지 라인업에는 이번 시청기인 A100 인티앰프와 CD플레이어인 CD100, 미디어 스트리머인 MP100B가 있습니다.
잠깐, 이브 베르나르 앙드레라는 사람의 오디오관이 궁금합니다. 홈페이지에 보니 인터뷰가 실렸는데 이런 대목들이 눈길을 끕니다.
“...집에 LP가 5000장 있다...진공관은 사운드가 매우 좋지만 케이크에 항상 발라져 있는 크림 같다. 트랜지스터는 마스터하기에 꽤나 어렵지만 그게 된다면 가장 좋은 소리를 내준다..클래스D 앰프는 여러번 만들어봤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제조단가도 낮고 커다란 방열판도 필요없으며 작고 쿨하지만, 뭔가 생기가 부족하고 인공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YBA 오디오 철학은, ‘Simple and musical for a long time’이다...YBA 고객은 아마 오디오로 폼 잡으려는 사람, 매년 오디오를 바꿔대는 그런 사람은 아닐 것이다...”
어느 정도 감이 잡히시죠? 자, 이 인티앰프는 과연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요. 매칭은 ‘영국제’ 스피커와 해봤습니다. 그 영국인 가이드가 전혀 몰랐던 ‘하베스’의 HL Compact 7ES-3 스피커입니다. 한마디로 영불합작 사운드네요. 참고로 하베스 컴팩트 7ES-3는 200mm 래디얼콘지 우퍼에 25mm 알루미늄 돔 트위터(헥스그릴 장착)를 단 2웨이 베이스리플렉스형 스피커입니다. 주파수응답특성은 46Hz~20kHz(±3dB), 감도는 86dB, 임피던스는 6옴, 높이는 520mm, 무게는 13.2kg, 인클로저 재질은 체리목입니다. P3ESR과 함께 국내 오디오파일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한 이 하베스 스피커가 ‘2013년 미국 스테레오파일지 추천 클래스B 스피커’라는 것을 그 가이드는 평생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청음환경은 이랬습니다.
①소스기 = 맥북프로(오디르바나 플러스+아이튠즈)
②DAC = 브리카스티 M1 DAC
③인티앰프 = YBA Heritage A100
④스피커 = 하베스 HL Compact 7ES-3
외양 및 스펙
우선 디자인부터 살펴봅니다. 역시 프랑스 사람들은 평범하게 냅두는 것을 몹시 싫어하나 봅니다. 드비알레나 자디스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 A100 역시 정면 가운데 표시창 디자인을 마치 사람눈처럼, 육감적인 여인네의 입술처럼 해놨습니다. 알루미늄 섀시에 박힌 외눈박이 혹은 달작지근한 입술. 어쨌든 볼륨 상태를 나타내는 글자는 개나리색인데 이게 검은색 바탕과 은근히 잘 어울립니다. 왼쪽 노브는 셀렉트, 오른쪽 노브는 볼륨.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입니다.
처음엔 몰랐던 것인데 온오프 스위치는 왼쪽 바닥에 아예 안보이게 설치돼 있습니다. 이들이 왜 “Simplicity and Reliability in the Design”을 모토로 내걸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섀시를 만져보면 무척이나 매끄럽습니다. 뒷면을 보면 RCA 입력단자가 5개, XLR 입력단자가 1개, 프리아웃 단자가 1개 있습니다.
출력은 8옴에 100W, 4옴에 150W입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출력입니다. 중요한 건 실제 구동력이겠죠. 이는 청음을 하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파수응답특성은 20Hz~20kHz인데 기준점이 ‘-0.5dB’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보통 앰프가 기준점을 통상 ‘-3dB’, 즉 응답능력이 반(1/2)으로 떨어지는 지점까지로 잡는데 비하면 매우 보수적으로 그리고 미세하게 기준점을 잡은 셈입니다. 이는 A100이 가청주파수 재생시에는 거의 플랫(flat)하게 신호에 응답한다는 얘기입니다. 딥(dip)이나 피치(pitch) 등 음의 왜곡이 없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참고로 초광대역 주파수응답특성을 자랑하는 스펙트랄 파워앰프(DMA 360 S2)의 경우 0Hz~1.8MHz에 달하지만 이 역시 기준점은 -3dB입니다.
청음
A100의 볼륨을 ‘-60’(-30.5dB)인 상태로 제가 요즘 꽂혀있는, 나탄 밀스타인이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 2번 1악장을 들어봅니다. 정위감, 정숙감, 현의 질감, 다 좋은데, 역시 이 볼륨 갖고는 안되겠습니다. 악장부터 볼륨을 ‘-40’(-20dB)으로 올리니 비로소 음들이 단단해집니다. 하베스 특유의 통울림이 살아나고 청음실 실내공기의 밀도감까지 높아집니다. 역시 볼륨 조절은 유저가 오디오에 가장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뒤에 언급하겠지만 이 볼륨을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쫄딱 망합니다!). 그리고, 바이올린에는 역시 하베스입니다. 아직까지는 A100의 개성을 잘 모르겠습니다.
제니퍼 원스 The Hunter (CD)
'Rock You Gently’, ‘Somewhere, Somebody’
제니퍼 원스의 ‘Rock You Gently’입니다. 100W짜리 앰프의 타격감이 이렇게 셀 수 있는지, 이렇게까지 저역이 뚝뚝 떨어질 수 있는지, 슬슬 A100이 다시 보이기 시작합니다. 첫 일감은 ‘강력한 저역 재생’입니다. 저역에 관한 한 A100이 스피커를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스피커 전면 포트에서 바람이 솔솔 상쾌하게 새어 나옵니다. 구동력이 대단합니다. 하지만 제니퍼 원스의 보컬이 약간 두텁게 들린다는 인상입니다. 이어진 ‘Somewhere, Somebody’에서는 사운드 스테이지가 전후좌우로 넓게 펼쳐집니다. 뭐랄까, 전망이 좋은 느낌? 쿵쿵 떨어지는 저역 역시 이 곡에서도 일품입니다. ‘Way Down Deep’에서는 청음실 바닥을 기어 밀려오는 타격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도끼질을 해대는 그런. ‘볼륨을 너무 높였나?’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캐롤 키드 All My Tomorrow (24비트)
‘When I Dream’
캐롤 키드의 ‘All My Tomorrow’ 앨범 중 ‘When I Dream’을 24비트 음원으로 들어봤습니다. A100과 하베스가 물을 만났습니다. 보드랍고 그윽하고. 사운드 스테이징은 무엇보다 그 두께감이 인상적입니다. 아트 블레이키의 ‘A Night At Birdland Vol.1’ 앨범의 1번트랙 ‘Split Kick’(CD aiff 리핑)에서는 라이브 녹음 음원답게 리듬감이 상당합니다. 드럼의 하이햇 사운드는 경쾌하고, 피아노 터치음은 명료합니다. 아트 블레이키의 드럼 솔로에서 터져나오는 타격감이 압권입니다. 이날 처음으로 스피커가 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글스 <호텔 캘리포니아>(24비트)
‘Hotel California’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를 24비트 음원으로 들어보니, 역시 밀물처럼 밀려들어오는 저역이 만족스럽니다. 킥드럼의 휘돌려차기에 한 방 얻어맞은 느낌입니다.
샤를 뮌슈, 생상 교향곡 3번 '오르간' 외
오르간 교향곡 '1악장', '2악장'
설마설마 하며 이번에는 샤를 뮌슈가 지휘하고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생상스 오르간 교향곡’ 1악장 2번째 파트를 들어봅니다. 완전 최상급은 아니지만,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촤~악 청음실 바닥에 뿌려대는 A100의 모습이 대견합니다. 안개처럼 깔린 초저역 위로 슬슬 피어오르는 현악, 금관, 목관들의 영롱한 빛! 이 곡이 이날 따라 유난히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내친 김에 2악장 1번째 파트까지 들어봤는데, 처음 ‘두두둥’ 거리며 시작하는 대목에서 내심 놀랐습니다. 이런 펀치력을 도대체 어디에 숨겨뒀단 말입니까. 총주 부분에서도 전혀 허둥지둥 대는 느낌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목관 연주는 아기자기하게 들리고, 트라이앵글이 살짝 빚어낸 고역은 생기있게 들립니다. 프랑스 작곡가를 만난 프랑스 앰프의 반가움이랄까, 최소한 이 곡을 들려주는 A100의 음악성에는 참으로 감복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그런데 사실 100W짜리 인티앰프가 이러면 ‘반칙’ 아닙니까. 나름 프리, 파워 분리형에 아니면 더 나아가 모노모노 파워 구동으로 나아간 이 땅의 수많은 오디오파일들. 하지만 A100 같은 똘똘한 인티앰프에 적절한 통울림을 선사하는 하베스 컴팩트 7ES-3 정도면 더 바랄 게 없다는 안도감 내지 불안감(?)이 엄습해옵니다. 끊임없이 뭔가를 바꿔야 하는 강박증마저 ‘취미’로 여기는 오디오파일들 입장에서 볼 때 이 A100은 분명 ‘반칙’입니다. 다시 도끼눈을 떠봅니다. ‘뭔가 부족한 게 있을 것이야...’
박주원 3집 - 캡틴
'승리의 티키타카 (Feat. 정엽)'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승리의 티키타카’를 골라봤습니다. A100이 스피드하게 박주원의 속주를 하베스 7ES-3로 전해주는 모습이 생생합니다. 음영이, 윤곽이 뚜렷한 음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옵니다. 기타 연주를 가까이서 직접 보고 듣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마침내’ 마음에 안드는 구석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이 곡 후반부에 일렉기타 사운드가 들어가는데, 정보량이 어쿠스틱 기타보다 많아져서인지 스피커가 조금 허둥대는 것 같습니다. 좀전의 침착함이 사라졌습니다.
오스카 피터슨 - We Get Requested (CD)
'You Look Good To Me’
오스카 피터슨의 ‘We Get Requested’ 앨범의 ‘You Look Good To Me’에서는 스테이징이 더 넓어집니다. 낭랑한 피아노, 찰랑거리는 하이햇, 쿨렁대는 베이스, 각 악기음색이 분명합니다. 피아노 솔로가 끝나고 난 직후 ‘뚝’ 하고 찾아드는 적막감까지. 그런데 또 하나 ‘걸려들었습니다’. 잘 터져나오는 저역을 들으면서 슬슬 이런 의심이 든 겁니다. ‘이거 대역밸런스가 무너진 것 아냐? 저역이 너무 따로 노는 것 아냐?’ 이런 의심은 김동률의 ‘그게 나야’,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를 들으면서 더 확실해졌습니다. 빅마우스랄까, 뭔가 지금 과장되고 있다는 느낌이 확연합니다. 우렁차긴 한데 디테일에서 뭔가 깎여있다는 그 느낌 말입니다.
그런데 이 쯤에서 A100에 또 한방 세게 얻어맞았습니다. 볼륨을 ‘-60’으로 내려서 ‘그게 나야’와 ‘Don’t Know Why?’를 다시 들으니 A100+7ES-3 조합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정위감은 분명해지고 빅마우스는 실물사이즈로 줄어든 겁니다. 김동률의 중저음 보이스가 편안하게 들립니다. 다시 들은 ‘Hotel California’는 타격감은 살리면서 저역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승리의 티키타카’ 역시 후반부 일렉기타 사운드의 분해능이 살아납니다. 어이쿠. 맞습니다. ‘100W짜리 인티앰프라면 이 정도 볼륨은 먹여야 하지 않겠어?’라는 이 몹쓸 편견이 A100과 스피커를 힘들게 했던 겁니다. 특히 ‘그게 나야’와 ‘Don’t Know Why?’ ‘승리의 티키타카’는 녹음소스의 게인이 원래 높은데 여기에 앰프 볼륨까지 높여 들었으니.
A100, 참으로 섬세한 앰프입니다. 절대 밀어붙여서도 안되고, 스스로도 스피커를 밀어부치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살갑게 스피커와 소통하려는 앰프이지, 스피커를 우악스럽게 통제해서 “거 봐, 내가 이겼지?’ 하는 그런 앰프가 절대 아닙니다. 넉넉한 구동력을 갖췄지만 그렇다고 이를 볼썽사납게 나대는 그런 앰프가 아닙니다. 대역밸런스, 사운드스테이징, 구동력, 해상력 이런 미시적 가치보다 음악성이라는 거시적 가치에 마음을 쓸 줄 아는 그런 앰프입니다.
실로스 산토 도밍고 베네딕트 수도원 합창단
‘Anon : Puer Natus Est Nobis'
마지막으로, 실로스 산토 도밍고 베네딕트 수도원합창단의 ‘그레고리안 성가’ 앨범 중 ‘Anon: Puer Natus Est Nobis’를 들어봅니다. 이 사람들의 숨 들이마시는 소리까지 느껴집니다. 나올 소리 다 나와줍니다. 청음노트를 접은 채 그냥 성당에서 듣듯 음악에 빠져듭니다. 겸양의 미덕, 소통의 미덕, 절제의 미덕을 YBA Heritage A100에게서 배운 하루였습니다.
Specification
|
| Output power |
Stereo 100W/8Ω 150W/4Ω |
| Line inputs |
5 RCA |
| XLR input |
1 XLR |
| Line output |
1 Pair RCA |
| SNR |
-95 dB |
| THD&N (20 Hz - 20 kHz) |
0.04% |
| Frequency response |
20 Hz - 20 kHz (-0.5dB) |
| Power supply |
Linear power supply with high performance transformer 320 VA |
| Remote control |
Full function remote control |
| Finish |
Natural aluminium |
| Dimension |
430 mm x 400 mm x 118 mm w x d x h |
| Horn Area |
Low-Mid Range n/a
Mid Range 0.353 sqm
High Range 0.025 sqm |
| Weight |
9.3 kg
|
| HERITAGE A100 |
| 수입사 |
다웅 |
| 수입사 연락처 |
02-597-4100 |
| 수입사 홈페이지 |
http://www.audioland.co.kr/ |
2024.8.10 11:05
"와! 이 패션 제품은 제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어요! 포장을 뜯는 순간부터 뭔가 특별하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소재 품질도 정말 훌륭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