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텔(ROTEL)★ RDD-1580 DAC
Prologue
영국에 연구소를 두고 일본/영국 양국에서 개발, 제조하는 방식으로 하이파이 및 AV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이제는 데논/마란츠 등 일본 메이커에도 뒤지지 않는 브랜드로 성장한 종합 하이파이/AV 기업 로텔. 이제 로텔이 그 역사를 쓰기 시작한지도 50년이 되었다. 초기 일본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 메이커가 몇 있었으나 현재 영국의 캠브리지 등과 함께 가장 오랫동안 꾸준히 제품 퀄리티를 발전시켜나가며 성공한 메이커도 흔치 않다는 사실은 현재 시사 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로텔은 수많은 경쟁구도에서 뒤처지지 않고 끈기 있게 이 분야에서 그들의 목표를 이루어나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로텔을 떠올리면 너무나 대중적인 메이커이면서 디자인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정통적인 마감을 고집해왔기에 커다란 특장 점을 느낄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로텔이 지금까지 무려 반세기 동안 하이파이와 AV 양 분야에 걸쳐 커다란 족적을 밟아온 데에는 그들 나름대로의 굳건한 철학이 있다. 로텔은 이를 두고 'Balanced Design Concept'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것은 단순히 풀 밸런스 설계와 같은 의미가 아니라 총 세 가지 설계/제조 원칙에 관한 것이다.
Balanced Design Concept
첫째는 파트 셀렉션(Parts Selection)으로서 단순히 유명 메이커의 고가 부품을 투입해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기 보다는 실제 기기의 성능에 직접적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번에 걸쳐 오랫동안 부품 선정과 테스트에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둘째는 써킷 토폴로지(Circuit Topology)다. 로텔은 단순히 양질의 선별된 부품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 채널의 신호 전송 형태와 기판 신호 전송 체계를 대칭으로 설계하고 ‘Star' 그라운드 기술을 적용하는 등 가장 이상적인 신호 전송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셋째는 비판적인 평가(Critical Evaluation)이다. 인간의 청각이라는 것이 얼마나 예민한지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여러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이를 제품에 반영함으로써 동일한 부품과 설계에서 뽑아낼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음질과 성능을 완성해내겠다는 확고한 의지다.
Birth of RDD-1580
로텔의 신작 DAC를 리뷰하면서 왜 갑자기 로텔의 설계 이념인 'Balanced Design Concept' 이야기를 꺼내는지 지루해할 수 도 있겠지만 지난 RA-1570에 이어 이번에 출시된 총 네 종의 또 다른 15 시리즈 형제들에서는 로텔의 이러한 설계 컨셉이 드디어 음질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번 로텔에서 새롭게 발매한 모델은 RDD-1580 DAC, 그리고 RC-1570과 RB-1552MKII 와 RB-1582MKII 파워앰프 등 네 개 제품이며, 이번 리뷰는 현재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제품으로 떠오른 RDD-1580 DAC 에 대해서 진행하기로 한다.
처음 RDD-1580 DAC를 본 순간 든 생각은 로텔이 지금까지 조금은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던 것에서 태도를 바꾸어 이제 본격적으로 최신 디지털 소스기기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는 것이며 이 모델이 그 포문의 첫 번째 발판이 될 것이라는 강렬한 예감이었다. 우선 제품 섀시 자체가 풀 사이즈로 제작되었다. 최근 데스크톱 용도로 출시되는 많은 DAC 들이 하프 사이즈인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 가격대에서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왜냐하면 DAC 의 내부는 기본적으로 DA 변환부와 아날로그 출력단, 그리고 모든 컴포넌트의 기본인 전원부로 나뉘는데 아무래도 하프 사이즈에서는 제대로 구성된 전원부를 설계해 넣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게 전원부를 외부 어댑터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할 경우 고가의 배터리 전원이 아닌 경우일 바에야 음질적인 저하를 피하기 어렵다. 책상 위 또는 작은 사이즈의 테이블 아니면 포터블 용도를 위해 사이즈를 줄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세일즈, 마케팅을 위한 방편이지만 메인 시스템 오디오 랙에 넣을 경우 오히려 공간은 남아돌고 음질적인 부분은 안타깝게 낭비되는 꼴이다.
▲ RDD-1580 DAC 내부
풀사이즈로 설계된 RDD-1580 DAC 의 내부를 살펴보면 하프 사이즈에서 피하기 어려운 전원부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로텔에서 직접 설계, 제작한 커다란 토로이달 트랜스포머가 보이며 아날로그단과 디지털 변환부 등이 넓은 PCB 기판에 분리되어 설계되어 있다. 가장 전통적이며 이상적인 전원부와 회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DAC 칩은 유명 제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울프슨(Wolfson) 의 WM8740 이 쓰였는데 주지할 것은 일반적으로 이 정도 가격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듀얼 구성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채널당 WM8740 DAC 칩을 각각 1개씩 장착했으며 이렇게 구성할 경우 싱글 DAC 구성보다는 그 정확도가 상승해 DA 변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노이즈와 디스토션이 현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 RDD-1580 DAC 후면
입/출력부를 살펴보면 사이즈가 큰 만큼 다양하면도 충분한 개수의 입/출력단이 마련되어 있다. 각각 두 개의 코엑셜(Coaxial)과 토스링크(TOSlink) 입력이 기본적으로 마련되어 있으며 LPCM 신호에 최적화되어 있다. PC 와의 연계에서 가장 중요한 USB 입력도 당연히 마련되어 있고 이는 현재 유선 USB 입력시 가장 이상적인 비동기(asynchronous) 모드로 작동된다. 참고로 USB 입력 리시버 칩은 C-Media의 CM6631A로서 유명한 X-MOS 칩과 함께 가격 대비 최고의 솔루션 중 하나로 알려진 것이다.
이 모든 입력단은 PCM 최고 사양인 24bit/192khz 까지 모두 대응한다. DSD까지 재생하진 않지만 이해 비해 절대 뒤지지 않으며 가장 보편적인 PCM 신호에 대해 최고 비트/샘플링레이트를 지원하므로 PCM 에 한해서는 그 어떤 음원도 막힘없이 재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RDD-1580은 프로트 패널에 USB 입력이 또 하나 존재하는데 이것은 애플의 스마트기기들인 iPod®, iPhone®, iPad® 등을 위한 단자이며 제품에 동봉된 블루투스 어댑터를 연결하면 블루투스 전송으로 스트리밍 재생도 가능하다.
▲ RDD-1580 DAC 전원부
이번 로텔의 DAC RDD-1580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전원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웬만한 인티앰프의 전원부 정도 규모를 자랑하는 것으로 커다란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에 추가로 구성된 레귤레이션 회로 , 그리고 커스텀 디자인된 슬릿 포일(slit-foil) 커패시터 등은 DAC 작동에 있어 굉장히 안정적인 전원을 공급하며 이는 음질적으로도 많은 이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로텔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스펙으로만 확인해도 굉장히 높은 성능인데 예를 들어 THD 가 0.004% 이하, IMD 도 0.004% 이하 수준으로 상당히 뛰어난 수치를 보여주며 10Hz에서 95kHz 주파수 대역에서의 SN 비는 무려 128dB 에 이른다. 일단 스펙 상으로는 최근 접한 DAC 중에서는 이보다 서너 배 이상의 가격표를 달고 나온 DAC 에 버금가는 최상급의 클래스를 자랑한다.
처음 로텔의 이 새까만 풀 사이즈 DAC를 받아들고 난 아무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 어떤 사전 정보도 없었고 가격대가 채 백만 원이 안 된다는 것 외엔 사운드가 머릿속에서 그저 실루엣처럼 서성거릴 뿐이었다. 달리 에피콘 6 와 함께 기다리고 기다리던 심오디오 600i를 연결하고 전원을 넣었을 때조차도 이것이 로텔의 소리인지 심오디오의 소리인지 그것도 아니면 달리의 사운드인지 좀처럼 그 정체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저 내 앞에 놓인 시스템의 한정된 세계에서 각자 섞여서 한 덩어리의 사운드를 내고 있었다. 이윽고 심오디오의 네오 260D, 그리고 노스스타의 슈프리모 DAC 등을 연결해보면서 로텔 RDD-1580 의 실체는 조금씩 벗겨지며 내 앞에 그 알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Listening
▲레이첼 포저 - [La Stravaganza: 12 violin Concertos]
처음 들어본 곡은 많은 리뷰에 등장시켰던 레이첼 포저(Rachel Podger) 의 [La Stravaganza: 12 violin Concertos] 앨범 중 ‘바이올린 협주곡 4번 Allegro’ 이다. 노스트타 DAC를 듣고 난 이후이기도 하지만 처음 음이 쏟아져 나올 때의 입자가 상당히 크고 뭉게뭉게 모아진 구름들처럼 푸근한 느낌의 토널 밸런스가 인상적이다. 바이올린 보잉이 넉넉한 힘과 에너지를 담고 있으며 무대 자체가 아주 커다랗게 전/후, 좌/우로 펼쳐지는 편이다. 또한 그 에너지의 강약 조절에 있어서 그 폭이 크다보니 힘이 충만하고 기골이 장대한 남성의 몸매를 떠올리는 소리다. 호쾌하고 장대한 형질은 최근 크렐에서 느꼈던 그것과 유사하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에너지 뿐 아니라 다이내믹레인지가 넓어 답답한 느낌이 없고 활시위가 시원시원하게 움직이는 것이 눈에 잡힌다. 확실한 것은 풀사이즈 DAC 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운드 자체가 데스크톱 형태로 출시되는 협대역의 엔트리급 DAC 들과는 확실한 선을 긋고 있다는 사실이다.
▲ 리타 칼립소 - [Apocalypso]
이어서 들어본 리타 칼립소(Rita Calyso) 의 'Paper Mache' 는 오래전 공전의 히트를 친 곡으로 아직도 이 앨범이 발매되던 시절을 떠올린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과 마드리드의 태양, 그리고 방랑과도 같은 여행길에서 마주할 법한 음악이다. 그녀의 보컬은 상큼한 아침 산책길의 공기처럼 청량하며 예쁜 발성을 보여주고 그 기저엔 활기가 넘친다. 여운도 적당하며 특히 중고역의 끝이 거칠지 않고 매끈하게 쭉 치고 올라간다. 개방감이 뛰어난 탁 트인 소리다. 심오디오처럼 아주 예리한 칼로 깎아 만든 조각상이 아니라 적당히 예리한 칼로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묵직하게 깎아낸 조각품 같다.
▲ 루퍼스 웨인라이트 - [Poses]
이러한 음조에서 로텔의 장점이 부각되어서일까. 또 한 장의 보컬 곡을 선곡했다. 이번엔 이 시대 최고의 싱어 송 라이터 루퍼스 웨인라이트(Rufus Wainwright)의 감성적인 남성 보컬이다. 곡명은 ‘Cigarette and chocolate milk'. 중역대 특성이 잘 드러나는데 기본적으로 중역대의 몽롱한 볼륨감이 느껴지며 함께 청취했던 노스스타처럼 중역대가 아주 충실하다. 달콤한 크리스피 크림 도넛... 아니 그보다는 담백하고 도톰하며 푸근한 쿠션에 몸을 맡기고 블랙커피를 한잔 머금은 기분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합하겠다. 남성적인 굵은 선과 묵직함이 잘 표현되지만 그 음의 표면 텍스쳐에서 거칠다거나 각이 진 투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종종 과거 로텔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윤기마저도 감지된다. 얌전한 미니 DAC 들의 소리가 원래 그 소스의 본래 소리라고 알고 있었던 유저라면 RDD-1580에서 음악이 치고 나오는 첫 음절만 들어도 그 중후 장대함과 위풍당당함에 앞도 당해 순간 흠칫 놀랄 수도 있다.
▲ 콜드플레이 - [Viva La Vida]
콜드플레이(Coldplay)가 건네는 우리 시대, 우리 인생에 대한 예찬이자 앤썸과도 같은 ‘Viva La Vida'에서 우렁차기 밀고 나오는 오케스트레인션과 반짝이는 스트링은 청음 룸에서 씨름하던 내게 이윽고 ‘나는 이런 친구야’라고 외치듯 RDD-1580 이 진면모를 드러낸다. 후방 오케스트레이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힘차고 다이내믹하게 협연하는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당찬 인터플레이가 무대를 압도하며 묵직한 카운터펀치를 연신 퍼붓는다. 이 레코딩의 이토록 장대한 스테이징과 탄탄한 밀도감에서 오는 묵직한 쾌감과 심도는 오직 로텔 RDD-1580이 소스기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어떤 디테일이나 닿을 듯 말 듯한 그러한 소소한, 그러나 음악적이라고 포장되는 음질의 평가어들이 과연 이러한 깊고 질펀한 음악적 쾌감 앞에서 얼마나 초라해지는지 통감하게 되는 장면이다.
Epilogue
당신의 마음속에 로텔은 어떤 메이커로서 인식되어 있는가 ?
만일 거칠고 딱딱하며 고급스럽지 못하다는 등의 이유로 그저 시답지 않은 메이커라고 생각한다면 이제 그러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선입견은 휴지통에 버린다한들 그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못할 것 같다. 로텔이 구축해왔던 굳은 설계 철학과 그 원칙은 이제 비로소 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토록 까다로운 설계와 제작 원칙, 그리고 최고의 퀄리티만을 추구하는 B&W가 함께하는 메이커가 로텔이며 그 B&W 패밀리에 다른 어떤 메어커도 아닌 로텔이 당당히 편입되었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의미심장하다. 단순히 비즈니스의 이해관계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증거로 유로 시리즈 이후의 로텔의 라인업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15 시리즈부터 로텔은 과거와 완전히 이별하고 조금씩 변모해왔던 행로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의지가 깊게 느껴진다. 로텔의 새로운 세대의 완성을 보려는 찰나에 RDD-1580 은 가장 중요한 마일스톤이 될 것이다.
Specification
| Total Harmonic Distortion |
<0.004% |
| Intermodulation Distortion |
(60Hz:7KHz) <0.004% |
| Frequency Response |
10Hz - 95kHz (±3.0 dB) |
| Signal to Noise Ratio |
(IHF A-weighted) 128 dB |
| Input Sensitivity /Impedance |
0 dBFs /75 ohms |
| Line Output Level / Impedance |
(RCA) 2.0V / 100 ohms
(XLR) 4.0V / 200 ohms |
| USB/iPod® Digital Signals |
AIFF, AAC (m4a), WAV, MP3,
WMA (up to 48kHz 16bit) |
| Decodable |
Coaxial/Optical SPDIF LPCM
(up to 24 bit 192kHz) |
| PC-USB |
File Decoding Plays all file types supported by PC software player up to 24bit 192kHz |
| Power Requirements |
120V, 60Hz (USA)
230V, 50Hz (Europe) |
| Power Consumption |
25 watts |
| Standby Power Consumption |
(normal mode) < 0.5 watts |
| Dimensions (W x H x D) |
431 x 55 x 316mm |
| Front panel height |
1U / 43.7mm / 1 3/4 in |
| Weight (net) |
5.1kg/11.24 lb |
2024.8.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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