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집요한 관찰 차분한 색조와 음향 조화

언뜻
보면 가벼운 멜로처럼 다가오지만 깊이 들어가면 날카로운 독설이 가득하고 냉혹한 리얼리티에 뜨끔한 비판과 유머를 버무려낸, 보면 볼수록 다른
맛이 나는 영화 `질투는 나의 힘'. 애인을 가로챈 `원수'가 다니는 회사에 취직해 복수의 기회를 엿보다가 오히려 원수를 선망하고 존경하게
된다는 삶의 아이러니를 그려냈다.
여성감독이자 `오! 수정' `생활의 발견' 등 홍상수감독 영화의 조감독을 맡았던 박찬옥 감독이 만든 첫 장편영화라서 그런지 일상적인 삶에 대한 집요한 관찰과 묘사가 탁월하다.
DVD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것은 서플먼트(부록)다. 바로 박감독과 `살인의 추억' `플란다스의 개'를 만든 봉준호감독이 함께 음성해설에 참여한
것. 이들이 오붓하게 들려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중간중간 봉감독 특유의 우스개 소리도 흥미롭다.
여기에 박감독과 박해일 배종옥 문성근 서영희 등 4명의 주연배우가 들려주는 또다른 커멘터리도 소장가치를 높여준다.
DVD의 영상은 1.85대1의 아나몰픽 와이드화면으로 출판사라는 직장과 집을 오가며 일상적인 삶을 사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차분한 색조로 잘 묘사하고 있다. 필름의 맛이 잘 녹아난 화질이 인상적이다. 돌비디지털 5.1채널로 들려주는 사운드도 대사의 명료함이나 드라마다운 소박함이 잘 표현되었다.
서플먼트로 다시 돌아가보면 2가지 음성해설 외에 박감독이 제작한 단편영화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느린 여름'을 만날 수 있다. 입시를 앞둔 학생들의 고뇌와 심리를 잘 묘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작품. 감독의 해설을 곁들여 보는 `삭제장면' 모음과 영화 제작과정과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담은 `메이킹 필름', 포토갤러리 등을 보고 나면 이 영화가 의도했던 삶의 모습이 무엇인가를 살짝 엿볼 수 있다. 이런 뛰어난 연출력 덕분에 `질투는 나의 힘'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아시아 신인작가상과 로테르담영화제의 최고상인 타이거상을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일상적인 것을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명필름 제작. 2만2000원
김종래 DVD칼럼니스트ongrae@papadv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