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 비교

허리우드 애니메이션 ‘신밧드‘ 리뷰

작성자: 킹사운드
2009-06-28 조회 5042


세헤라자데가 밤마다 목숨을 걸고 들려준 '천일야화'
7대양의 전설…

세헤라자데가 밤마다 목숨을 걸고 들려준 '천일야화' 중 '신밧드의 모험'이 특히 우리들을 사로잡았던 이유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 속으로 온몸을 던지는 열정 때문이었다.

뾰족한 칼끝과 날카로운 이빨이 사방에서 우리의 맨살을 노리고 있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벌판에서도, 두려움 없이 자신의 꿈을 극한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도전정신 때문이었다.
 
드림웍스의 야심작 <신밧드:7대양의 전설>은 별이 총총히 뜬 아라비아의 밤하늘에 베일을 쓰고 속삭여지던 귓속말들을 구체적으로 현현시키려는 야심찬 시도로 가득 차 있다.
 
모래바다가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세상의 끝 타타루스에 살고 있는 혼돈의 여신 에리스. 그녀의 음모를 막고 친구의 목숨을 구하며 자신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신밧드는 모험을 떠난다. 이 애니메이션은 아라비아 사막의 궁정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보다 그리스 로마의 신화적 구조에 더 가깝다.
 
그런데 사건의 핵심에 놓여 있는 것은 의외로, 책이다. 세상의 빛이 방출되고 평화를 지키는 '평화의 책'이 여신 에리스에게 도난당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신밧드 모험의 핵심은 그 책을 찾아오는 것이다. 흐릿한 등불 밑에서 떨리는 손으로 밤새워 고전 문학전집의 페이지를 넘기던 시대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셰익스피어나 도스토에프스키의 문학도 이제는 영화나 TV로 감상하는 영상정보화 시대에 책이라고?
 
그렇다. 움베르토 에코의 원작을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연출한 <장미의 이름>도 14세기 중세 수도원의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사라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둘러싼 엄결한 베네딕드파와 개혁적인 프란시스코파의 대립이 있었다.
 
문제는 책이다. '시학'에 적힌 웃음의 미학이 신에 대한 권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때는 책 한권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 시대이기도 했다.
 
조니 뎁이 희귀본 고서 수집가로 등장하는 악마주의 영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나인스 게이트>도 악마 루시퍼가 직접 집필했다는 '어둠의 왕국과 아홉 개의 문'이라는책을 둘러싸고 탐욕스러운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사라져가는 책이여! 모니터 화면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문자를 읽는 전자책 시대의 디지털 시민들에게는, 또 어떤 화두의 책이 영화 속에서 등장할까?

하재봉
굿데이뉴스 l 2003년 07월 02일

메모

등록된 메모가 없습니다.

장바구니 (0)

  • 로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