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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dy H88A 월간 오디오 2007년 9월호 리뷰!

작성자: 킹사운드
2009-06-25 조회 5010

Melody H88A

전통 설계 콘셉트에 맞춘 보급형 실력기

 

필자에게 있어서 멜로디는 친숙한 브랜드이다. 국내에 들어온 대부분의 멜로디 앰프들을 최초로 들어보았고 리뷰도 했었다. 특히 시제품의 경우에는 내부를 샅샅이 분석하며 제작사에 의견을 피력하는 등의 인연을 맺어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사건은 클라라를 만들어 2005년 아이어쇼에 참가할 때 H88A 시그너처를 매칭앰프로 사용했던 일. 클라라와 함께 당시 애호가들에게 새롭게 소개되었던 이 당찬 진공관 인티 앰프는 클라라 못지않게 참관객들로부터 큰 호평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로부터 두 해가 지난 지금, 멜로디의 앰프들은 상대적으로 만만한 가격대와 안팎으로 손색없는 만듦새, 그리고 음악성이 풍부한 깨끗한 소리로 애호가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라 있다.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인지 또는 제품군이 너무 단출했기 때문인지 후속기에 관심을 갖는 애호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후속기를 기대하는 애호가들은 대체로 두 부류.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멜로디의 제품 라인이 인티 앰프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인지 더 고급의 분리형 제품을 기다리는 애호가들이 한 부류. 그리고 인티 앰프라는 특성상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리모컨을 지원해주기를 기다리는 애호가들이 나머지 한 부류이다.

첫 번째 부류의 애호가들의 기다림은(아직 물량 면에서 충분히 유통되고 있지는 않지만) 얼마 전 2688 프리앰프와 카바티나 파워 앰프가 수입되면서 다소나마 해소되는 듯했으나, 리모컨이 지원되는 제품의 개발은 계획 자체가 불투명했었다. 그러던 중 멜로디에서 리모컨이 지원되며 가격까지 저렴하게 낮춘 보급형 인티 앰프를 출시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KT88 네 개를 출력관으로 쓰는 H88A라는 모델. 시그너처라는 단어가 빠진 것으로 보아 H88A 시그너처를 토대로 원가를 절감하고 리모컨을 지원하게 만든 제품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배달된 제품의 외관을 보니 H88A 시그너처와 디자인 컨셉트가 완전히 달라서 당황스러웠다. 두터운 전면 패널에는 아치와 곡면을 주어 세련된 모습으로 변했고, 고급 승용차의 표면을 연상하게 하는 메탈릭 컬러는 색상이나 도장 상태가 모두 만족스럽다. 이 디자인은 H88A 시그너처나 아리에타의 심심하지만 단정하고 묵직한 디자인에 익숙한 애호가들에게 가히 파격적인 변화라고 할만하다. 네 계통의 언밸런스 입력단과 4옴, 8옴을 지원하는 출력단은 상급기와 철저하게 동일하며 사용된 단자도 같은 수준의 고급 제품이라서 보급기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출력도 50W로 상급기와 동일. 오히려 전원 트랜스나 출력 트랜스는 H88A 시그너처보다 더 크다는 느낌이며 무게도 상당하다. 세 발 지지 방식이나 스파이크도 동일. 외관으로만 판단한다면 과연 이게 보급기라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 수준.

가만히 살펴보니 증폭회로에서 H88A 시그너처에 사용되었던 12AX7 두 개가 생략되어 있으며 단순히 6SN7 네 개로 KT88 네 개를 구동한다. 이것은 분명한 단순화이다. 그런데 멜로디에서는 단순히 회로를 간략하게 한 것만으로 제품을 마무리하지는 않았다. 12AX7 두 개가 있던 부위에는 정류관 5AR4가 장착되어 있는 것. 즉 상급기의 증폭 회로를 간략화한 대신, 반도체 정류 방식을 진공관 정류 방식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앰프에서 전원부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보았을 때 과연 이것이 원가를 낮춘 보급기가 맞는지 궁금해진다.

생각해보면 진공관 앰프에 진공관 정류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진공관 앰프들을 보면(특히 인티 앰프에서는) 정류관을 쓰는 앰프들이 극히 드물다. 물론 비용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정류관을 쓰면 앰프를 켜고 끌 때 출력관에 돌발 전류가 흐르지 않아 진공관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장점이 있을뿐더러, 음색도 나긋나긋해지고 윤기가 있으며 따듯한 회고적인 진공관 소리의 원형에 더욱 가까워진다.

H88A 시그너처를 머릿속으로 연상하며 앰프를 뒤집고 내부를 관찰해보았다. 숙련된 기술자가 일일이 손으로 납땜한 하드와이어링은 ‘보급기'인 이 앰프에서도 그대로. 12AX7 두 개가 생략된 만큼 부품들의 개수는 줄었지만 정류관에 연결된 25W급의 대형 권선 저항의 위용이 대단하다. 이 가격대의 앰프에 정류관을 쓴 것도 놀랍지만 시멘트 저항이 아닌 고급 권선 저항을 사용한 것도 이례적이다. 신호 경로에 사용된 저항은 모두 1% 오차급 금속 피막 저항. 커플링 커패시터는 호블랜드 뮤지캡에서 특주 니켈 포일 필름 커패시터로 변경.

본 기기는 시제품이라 기존 멜로디의 제품에 장착되었던 스텝 어테뉴에이터를 장착하고 있지만 양산품에서는 리모컨으로 동작하는 알프스제 전동 볼륨으로 교체될 예정이라고 한다. 음질 면에서 또는 내구성의 측면에서는 상급기에서 사용되었던 스텝 어테뉴에이터가 알프스제 볼륨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리모컨을 사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알프스제 전동 볼륨은 요즘 인티 앰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지털 볼륨보다는 백배 이상 나은 선택이다. 한편으로는 1% 오차급의 금속 피막 저항을 일일이 손으로 납땜하여 만든 어테뉴에이터를 아날로그 전동 볼륨으로 교체하면서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도 컸을 것이다.

필자의 시청실에서 노스스타 192CDT와 익스트리모 DAC 세트를 소스로 하고 JBL K2 5500을 물려 보았다. 예상을 뛰어넘는 훌륭한 소리. 가격적으로는 언밸런스하지만 음색으로는 멋진 매칭이다. 좁은 공간에서 혼형 스피커를 들을 때 흔히 들리기 쉬운 칼칼한 음색은 여간해서 나오지 않았고 소릿결이 부드럽고 중역이 도톰하여 전반적으로 따듯한 음색이 애호가들이 소위 이야기하는 ‘진공관 앰프의 음색'이라는 표현과 어울린다. 기존 H88A 시그너처가 고역이 섬세하고 투명한 현대적인 음색을 지닌 것과 비교하면 SP9은 중역이 달콤한 빈티지같은 느낌으로 매우 대조적이다. 오디오의 세계는 이런 제품들이 있어서 더욱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생긴 것은 현대적인 세련된 모습. 리모컨까지 지원하면서도 정류관을 사용하고 그리운 시절의 느낌을 살리는 소리라니...

장소를 카잘스로 바꾸어 EMM 랩의 일체형 SACDP CDSA를 소스로 하고 소너스 파베르의 콘체르토 도무스와 연결을 해보았다. 이것은 분명한 미스 매칭. 굵은 음색이 편안하기는 하지만 고역이 도통 열리지 않아 답답하다. 크레모나 오디터와는 상당히 잘 어울려서 듣기 좋은 매칭. 울리기 어렵다는 ATC의 SCM 20MK2와는 비록 음색에서 조금 굵은 감은 있으나 거침이 없고 호방하여 매료될 애호가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몇몇 스피커를 물려본 느낌으로는 깐깐하고 저역에 인색한 울리기 어려운 스피커들과의 매칭이 좋을 듯.

필자의 결론은 H88A를 저렴한 가격 때문에 H88A 시그너처의 보급기로만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철저한 하드와이어링이나 고급 부품, 그리고 공들인 외관은 상급기와 공통이지만, 이 제품의 대조적인 음색은 정류관을 사용한 전통적인 설계 컨셉트와 더불어 H88A 시그너처와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리모컨과 이 기기의 가격표는 애호가를 위한 서비스라고 이해해도 좋을 듯.

- 월간오디오 2007년 9월호 리뷰글 발췌 -

- Melody H88A 미리 보러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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