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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개인
2009-06-04 조회 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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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별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2.소년(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우에 하늘이 펼쳐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섭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손으로 따뜻한 볼을 씃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골 ---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골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어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골 --- 아름다운 순이의

얼골은 어린다.




3.눈 오는 지도(윤동주)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우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히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든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자꼬 나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어 나서면 년 열두달 하냥 내 마음에도 눈이 나리리라.




4.태초의 아침(윤동주)




봄날 아침도 아니고

여름, 가을, 겨울

그런 날 아침도 아닌 아침에




빨--간 꽃이 피어났네

햇빛이 푸른데




그 전날 밤에

그 전날 밤에

모든 것이 마련되었네




사랑은 뱀과 함께

독(毒)은 어린 꽃과 함께.




5.자화상(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 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6.새로운 길(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7.돌아와 보는 밤(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든 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8.간판없는 거리(윤동주)




정거장 플랫폼에

나렸을 때 아무도 없어




다들 손님들뿐

손님 같은 사람들뿐




집집마다 간판이 없어

집 찾을 근심이 없어




빨갛게

파랗게

불 붙는 문자(文字)도 없이




모퉁이마다

자애로운 헌 와사등(瓦斯燈)에

불을 혀놓고




손목을 잡으면

다들 어진사람들

다들 어진사람들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서로 돌아들고.




9.청산도(박두진)

산아.우뚝 솟은 푸른 산아.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

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

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 골 골자

기 울어 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 내가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

힌 하늘과, 아른 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 늘에, 어

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

슴으로 그리워라.




띠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릴 볼이 고운 나릐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

도 가고, 티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

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뻐꾸기는 우는 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 아

우성쳐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속에, 난 그리노라.너만

그리노라.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10.향현(박두진)

아랫도리 다박솔 갈린 산 넘어 큰 산 그 넘엇 산 안

보이러, 내 마음 둥둥 구름을 타다.




우뚝 솟은 산, 묵중히 엎드린 산, 골 골이 장송들어

섰고, 머루 다랫넝쿨 바위 엉서리에 얽혔고, 샅샅이

떡갈나무 억새풀 우거진 데, 너구리, 여우, 사슴, 산

토기, 오소리, 도마뱀, 능구리등 실로 무수한 짐승을

지니인,







산, 산,산들! 누거만년 너희들 침묵이 흠뻑 지리함즉

하매,




산이여! 장차 너희 솟아난 봉우리에, 엎드린 마루에,

확 확 치밀어오릴 화염을 내 기다려도 좋으랴?




핏내를 잊은 여우 이리 등속이, 사슴 토끼와 더불어

싸릿순 칡순을 찾아 함께 즐거이 뛰는 날을, 믿고 길

이 기다려도 좋으랴 ?




11.갈대(박두진)

갈대가 날리는 노래다.

별과 별에 가 닿아라.

지혜는 가라앉아 뿌리 밑에 침묵하고,

언어는 이슬방울,

사상은 계절풍,

믿음은 업고,

사랑은 피흘림,

영원. - 너에의

손짓은

하얀꽃 갈대꽃.

잎에는 피가 묻어,

스스로 갈긴 칼에

선혈이 뛰어 흘러,

갈대가 부르짖는 갈대의 절규다.

해와 달 해와 달 뜬 하늘에 가 닿아라.

바람이 잠자는,

스스로 침묵하면

갈대는

고독




12.너(박두진)

내 영혼의 벌판에 쏟아지는꽃비

그속을 걸어가며

때로는 눈보라

때로는 달빛

때로는 폭우로 쏟아지는

혼자서 걸어가는 그 속의 외로움

혼자서의 외로움

먼 어릴때를 그리는 언어의 순수도

침묵, 앞으로의 내일의

꿈의 날개도 무너져,

희디하얀 내 손바닥도

정결한 심장의 고둥도

맹수로 산맥을 치달리던 내 보행의 위력도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의 멋도

휘파람도

번쩍이는 이마의 여유

눈의 고요

바다를 듣는 귀의 의미도

정지될 때,

너여.

너는 그 따사한 나라

하늘의 꽃으로 내려오는 층계의

꽃의 사랑.

허물어진 것 잃어버린 것 정지된 것의

일체를 활기주는

순수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 정수의 총화

그리한 집중과 승화의 하늘 내림

땅의 솟음. 너.

나의 영혼의 벌판에 쏟아져야 할

금빛 아침의 나라의 황홀한 빛살

살갑고 따뜻한 영혼과 체온의 그 전부

나의 유일과 모두로

영원으로 다가와 포옹해야 할

너여.




13.별(박두진)

아아 아득히 내 첩첩한 산길 왔더니라. 인기척 끊이

고 새도 짐승도 있지 않은 한낮 그 화안한 골길을 다

만 아득히 나는 머언 생각에 잠기여 왔더이라




백엽 앙상한 사이를 바람에 백엽 같이 불리우며 물

소리에 흰 돌되어 씻기우며 나는 총총히 외롬도 잊

고 왔더니라







살다가 오래여 삭은 장목들 흰 팔 벌이고 서 있고 풍

운에 깍이어 날선 봉우리 훌훌훌 창천에 흰구름 날

리며 섰더니라




쏴아 - 한종일내 - 쉬지 않고 부는 물소리 안은 바람

소리 ... 구월 고운 낙엽은 날리여 푸른 담위에 흐르

르르 낙화 같이 지더니라.




어젯밤 잠자던 동해안 어촌 그 검푸른 밤하늘에 나

는 장엄히 뿌리어진 허다한 바다의별드르이 보았느

니.




이제 나의 이 오늘밤 산장에도 얼어 붙는 바람 속 우

러르는 나의 하늘에 별들은 쓸리며 다시 꽃과 같이

난만 하여라.




14. 3월 1일의 하늘(박두진)

유관순 누나로 하여 처음 나는

삼월 하늘에 뜨거운 피무늬가 어려 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대지에 뜨거운 살과 피가 젖어 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조국은 우리들의 조국

우리들의 겨레는 우리들의 겨레

우리들의 자유는 우리들의 자유이어야 함을 알았다.




아, 만세, 만세, 만세, 만세! 유관순 누나로 하여 처음 나는

우리들의 가슴 깊이 피터져 솟아나는

비로소 끓어오르는 민족의 외침의 용솟움을 알았다.

우리들의 억눌림, 우리들의 비겁을

피로써 뚫고 일어서는

절규하는 깃발의 뜨거운 몸짓을 알았다.




유관순 누나는 저 오르레안, 짠다르끄의 살아서의 영예

죽어서의 신비도 곁들이지 않은

수수하고 다정한 우리들의 누나,

흰옷 입은 소녀의 불멸의 순수

아, 그 생명혼의 고갱이의 아름다운 불길의




영웅도 신도 공주도 아니었던

그대로의 우리 마음 그대로의 우리 핏줄

일체의 불의와 일체의 악을 치는

민족애의 순수절정 조국애의 꽃넋이다.




아, 유관순, 누나, 누나, 누나, 누나,

언제나 삼월이면 언제나 만세 때면

잦아 있는 우리 피에 용솟음을 일으키는

유관순 우리 누난 보고 싶은 누나

그 뜨거운 불의 마음 내마음에 받고 싶고

내 뜨거운 맘 그 맘속에 주고 싶은

유관순 누나로 하여 우리는 처음

저 아득한 3월의 고운 하늘

푸름 속에 철럭이는 피깃발의 외침을 알았다.




15.청노루(박목월)

머언 산 청운사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가는 열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16.산이 날 에워싸고(박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짧은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그믐달처럼 살아라 한다

그믐달처럼 살아라 한다




17.산도화1(박목월)

산은

구하산

보랏빛 석산




산도화

두어 송이

소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18.가을 어스름(박목월)

서늘한 그늘 한나절

저물을 무렵에

머언산 오리목 산길로

살살살 날리는 늦가을 어스름




숱한 콩밭머리 마다

가을 바람은 타고

청석 돌담 가에로

구구구 저녁 비둘기




김장을 뽑는 날은

저녁 밥이 늦었다

가느른 가느른 들길에

머언 흰 치맛자락

사라질듯 질듯 다시 뵈이고

구구구 구구구 저녁 비둘기




19.산그늘(박목월)

장독 뒤 울밑에

목단꽃 오무는 저녁답

목과목 새순밭에

산그늘이 내려왔다

워어어임아 워어어임*




길 잃은 송아지

구름만 보며

초저녁 별만 보며

밟고 갔나베

무질레밭 약초길

워어어임아 워어어임




휘휘휘 바틸길에

저녁놀 곱게 탄다

황토 먼 산길이사

피 먹은 허리띠

워어어임아 워어어임




젊음도 안타까움도

흐르는 꿈일다

애달픔처럼 애달픔처럼 아득히

상기 산그늘은 나려간다

워어어임아 워어어임




*워어어임 : 경상도 지방에서 멀리 송아지 부르는 소리.




20.옥피리(박목월)

물살 흐르는

졸음결에




하얀히 삭아서

스며 오른 목숨발




내 색시는 하얀 넋

천만년 달밤




이슬 하늘 찬달빛에

높이 운다.




21.고사(조지훈)

목어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역 만리길




눈부신 노을 아래

모란이 진다.




22.민들레꽃(조지훈)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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