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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은 안드레아 드 피에트로 델라 곤돌라.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에서 태어난 팔라디오는 공방에서 석공으로 일하면서 꿈을 키웠다. 16세기 그는 이탈리아 비첸차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가가 되기까지 수많은 건축 설계를 해왔지만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서양 건축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론 기억되는 것은 당대 그 누구보다도 팔라디오였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끝내 완성하지 못한 건축 디자인 몇 가지였다. 1508년 11월 30일 태어나 1580년 8월 비첸차에서 사망한 그의 말년, 비첸차에 위치한 고전연극 극장 아카데미아 올림피코 극장을 짓는 일은 비첸차에 대한 마지막 오마주였다. 그러나 그는 1580년 설계도만 남기고 올림피코 극장 건축 완공을 그의 제자 빈첸초 스카모찌에게 일임한다.
“삶은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로 빨리 지나가 버렸으며 최후가 다가오는 것조차 나는 알지 못했다”. 자신의 죽음에 앞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이렇게 얼버무렸다. 그리고 한 달 후 사망했다. 모든 예술가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언제 갈지도 모르며 일에 몰두하다가 대게는 자신이 이룩한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깨닫기도 전에 사라지곤 한다.
소너스 파베르를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의 노고는 역사적으로 무척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르네리, 아마티, 스트라디바리 등 악기의 장인에 대한 오마주가 한창 인기를 끌었다. 인기의 이유엔 아름다운 디자인과 탁월한 만듦새, 현악에 대한 독보적이고 매력적인 음악적 해석이 있었다. 그러나 모름지기 음악의 아름다운 재생이라는 하이엔드 오디오의 필요충분조건을 만족시키는 데 필요한 예술적 아우라가 소너스 파베르 안에 뜨겁게 숨쉬고 있었다. 그리고 소너스 파베르의 그것은 악기를 넘어 건축을 향하기 시작했다.
“팔라디오에 대한 오마주, 올림피카 III”
역사적 건축가 팔라디오에 대한 오마주는 비첸차의 올림피카 극장에서 크로스 되었다. 모델명을 넘어 올림피카 시리즈가 런칭했다. 내가 이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2013년경 아마도 뮌헨 쇼 리포트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건축가로서 팔라디오가 평생 안식처였던 비첸차에게 바친 선물 테아트레 올림피코는 소너스 파베르에게 뜨거운 영감이 되어 올림피카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올림피카 중 상위 모델 올림피카 III 는 과거 소너스 파베르의 전통과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사운드 특성을 갖기 위해 무척 고단한 설계 과정을 동반했다. 우선 첫 인상은 전통의 품격과 함께 세련된 몸매를 자랑한다. 높이는 1114mm 에 깊이가 508mm, 넓이는 403mm 정도로 훤칠한 키에 위 아래로 미끈하게 뻗은 디자인에 기품이 넘친다.
외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한땀 한땀 수공으로 빚은 수공예품을 연상시키는 캐비닛이다. 소너스 파베르가 전통적으로 실행해온 캐비닛 디자인 형태 ‘Lute’를 떠올려보자면 이번 올림피카 III 는 약간 다른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Lyra’ 형태의 새로운 비대칭 패턴 디자인이다. 외관상 어디에도 나사가 툭 튀어나오거나 직각으로 꺾이는 부분 없이 매우 유려한 곡선 패턴을 유지한다. 후면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패턴이며 후면 포트 또한 일반적인 포트가 아니라 옆으로 치우쳐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는다.
나무결이 그대로 살아나있는 고품격 목재 사이에 스며든 가죽의 질감은 소너스 파베르임을 단박에 알 수 있게 만든다. 천연 가죽의 부드러운 촉감은 마치 소너스 파베르의 따스한 음색처럼 폭신하게 본체에 착 달라붙어 있다.
소너스 파베르의 최근 라인업들은 혁신의 연속이었다. 그들의 역사적인 시작을 알렸던 명장 프랑코 세블린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가 해냈던 것을 넘어서야만 소너스 파베르의 미래가 있다고 예측했고 모든 것을 혁신했다. 그 중 가장 커다란 것은 무엇보다 유닛에 있다. 이는 외부가 아니라 소너스 파베르 내부 엔지니어링으로부터 순수하게 비롯되었다. 트위터는 29mm 실크돔이지만 한정된 사이즈에서 가장 높은 대역까지 최대한 선형적인 주파수 재생이 가능하도록 연구한 결과물이다. 이를 위해 강력한 네오디뮴 마그넷을 사용하고 레퍼런스급 AIDA 개발에 사용된 DAD(Damped Apex Dome) 테크놀로지를 채용, 소프트 돔에 강력한 댐핑 효과를 추가했다.
미드레인지는 150mm 구경의 드라이버가 사용된다. 이 또한 자체 개발한 독창적인 구조를 갖는다. 진동판은 셀루로스 및 케이포과 케나프, 즉 양마 계열로서 화학섬유가 아닌 천연섬유 계열를 혼합한 독자적인 합성소재를 사용해 만들어진 유닛이다. 여기에 더해 보이스 코일엔 CCAW(Copper-clad aluminium wire)를 사용해 와류 전류를 애초에 제거해버리고 있다. 모터 측에 Kellog/Goeller 라는 총 세 개의 링을 추가하는 등 새로운 시도 등 모든 것들이 매우 자연스러운 유닛 운동을 통해 불필요한 진동과 디스토션을 최소화하고 있다.
우퍼는 180mm 구경으로 최상위 AIDA 에 적용된 9인치 유닛의 직계 구조를 갖는다. 기본적으로 1.5인치의 커다란 보이스코일을 투입했고 커다란 진폭을 갖는 강력한 마그네틱 모터를 투입했다. 그리고 진동판 또한 매우 특별하게 가공되어 있다. 셀룰로스 펄프 외곽 층에 견고한 유리 섬유층을 결합한 샌드위치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 최대한 가볍고 견고하되 소너스 파베르 자신들만의 확고한 음질적 아이덴티티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올림피카 III 는 보편적으로 대량생산되는 하이파이 스피커들과 매우 다른, 특별한 요소들이 융합되어 있다. 앞서 살펴본 캐비닛에서부터 각 유닛들의 소재, 구조는 물론이다. 화룡정점은 크로스오버에 있다. 우퍼 두 발과 미드레인지 한 발 그리고 트위터 하나로 구성된 3웨이 4스피커 구성. 올림피카 III 는 미드레인지와 베이스 우퍼 사이 250Hz에서 한 번 그리고 미드레인지와 그 상위 대역을 담당하는 트위터 사이 2.5kHz 사이에서 또 한 번 크로스오버를 형성시켰다. 그런데 슬로프 튜닝에서는 완만한 슬로프와 가파른 슬로프를 혼합해서 사용했다. 1차로 위상 최적화를 위해 매우 완만하게(Shallow) 그리고 그 다음엔 정교한 주파수 특성을 위해 가파른 스팁(Steep) 슬로프를 구사한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올림피카 III 는 겉으로 보기에 그리고 주로 페이퍼 및 부드러운 천연 섬유를 활용한 유닛 진동판의 모습들에서 무척 수월한 구동을 상상하게 된다. 매우 견고하고 마치 예술적 건축물 구조를 연상시키는 나무 캐비닛의 후편의 독특한 포트 구조도 고능률을 연상시킨다. 소너스 파베르에서 발표한 스펙으로만 볼 때 2.83V/m에서 90dB 로 그 예상은 맞다. 하지만 공칭 임피던스가 4옴이다. 평균보다 높은 능률을 갖지만 4옴 임피던스는 분명 앰프에게 훨씬 더 빠르고 충분한 전류 전송을 요구할 것이다. 주파수 응답 특성은 35Hz 에 이르는 저역에서 30kHz 에 이르는 고역까지, 즉 초저역에서 초고역까지 모두 재생 가능한 광대역을 커버한다고 볼 수 있다.
앰프 선택에서 옥타브는 이를 고려한 것이다. 프리앰프는 HP300SE 로 게인은 중간 ‘MED’로 설정했다. 한편 파워앰프로 매칭한 옥타브의 RE320은 4옴 기준 채널당 130와트지만 별도의 전원부 옵션 Super Black Box를 추가해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소스기기는 린 클라이맥스 DS3를 사용해 NAS 음원을 Kazoo 리모트 앱으로 조정하며 시청했다. 이 외 케이블은 헤밍웨이 스피커케이블과 체르노프 인터케이블 등을 사용했다.
Nidarosdomens Jentekor & TrondheimSolistene - MagnificatMagnificat
니다로스 대성당 소년합창단과 트론트하임 졸리스텐의 ‘MANIFICAT’ 앨범을 들어보면서 보컬 음색이 매우 특별하다는 것을 깨 닫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살짝 끈적이며 긴 여운을 남겨 마치 이 앨범이 녹음된 노르웨이 니다로스 성당의 잔향 특성을 그대로 담은 듯 생동감 넘친다. 여느 유닛듯, 예를 들어 베릴륨이나 다이아몬드 또는 아큐톤 등 그 어떤 유닛을 채용한 스피커들과도 완벽히 구분되는 음색과 밀도,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이들보다는 덜 투명할 수 있지만 이들보다 잔향 특성과 독창적인 하모닉스 구조 등에서 독보적이다.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고혹적인 톤 컬러는 무언의 공간으로 청감을 이끈다.
Greg Ewer, Adam Lamotte - Jean Marie Leclair ‘The Complete Sonatas for 2 ViolinsThe Complete Sonatas for 2 Violins
그렉 이워와 아담 라모테가 연주하는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에서 잠시 옥타브 앰프의 특성과 소너스 파베르의 만들어내는 음의 조화에 대해 상념에 잠겼다. 옥타브 파워앰프는 KT150을 사용한 비교적 대출력 진공관 앰프다. 고전적 진공관의 뿌연 무대와 흐릿한 잔상이 없으며 뛰어난 응집력으로 힘없이 늘어지는 법이 없다. 진공관의 짝수차 배음을 만면에 머금고 있으나 음의 진행 패턴은 빠르고 표면 질감은 견고한 고밀도를 고수한다. 게다가 Super Black Box를 적용한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피카 III 는 바이올린의 풍윤한 배음을 통해 따스한 온도 감을 현 위에 덧씌우며 절절한 감정을 북돋운다.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처럼 나긋나긋하게 살랑이지만 그 끝엔 적절한 힘이 붙어 있어 오롯이 잡아당긴 음이다.
Dave Weckl Band - Watch your stepMultiplicity
퓨전 재즈 드러머 데이브 웨클 밴드의 ‘Watch your step’같은 강력한 비트와 불연속적이며 불규칙한 리듬 패턴에 대한 올림피카 III 의 반응은 천진난만할 정도로 순수하다. 엉겁결에 긴박한 리듬을 쫒아가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올림피카카 III는 빠르고 민첩하게 에너지의 강,약 조절을 부추기지 않는다. 그저 분명히 박자를 쪼개고 긴장감은 적당히 유지한다. 이완과 팽창, 출발과 멈춤이 긴박하게 반복되는 리듬을 자신만의 패턴 안으로 흡수한다. 그래서 B&W 의 D3버전을 듣다가 올림피카 III 로 오면 뭔가 이완되고 편안한 분위기로 급격히 전환된다. 그럼에서 불구하고 여유 있는 리듬 안에서 넉넉한 홀톤과 슬램한 저역 움직임을 느끼며 듣기 좋게 만드는 묘한 능력이 있다.
Benjamin Zander - Mahler Symphony No.2Philharmonia Orchestra
올림피카 III 는 절대 앞으로 나서 주위를 산만하게 만드는 법이 없다. 팝과 재즈는 물론이며 클래식 대편성에서도 단 한 번도 이런 원칙을 스스로 어기지 않다. 만일 그런 특성을 보인다면 매칭한 앰프가 전류 공급 능력이 부족해 스피커의 4옴 임피던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벤자민 잰더가 지휘한 말러 2번 3악장에서 오케스트라가 펼쳐내는 전/후 원근감의 폭이 깊어 전망을 즐기기에 제 겪이다. 악기들의 연주를 주만 간산이 아닌 천천히 차근차근 충분히 감상하기에 좋은 특성이다. 무던히도 나긋나긋하고 따스한 음색 덕분에 모든 악기들을 분해해 촘촘히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부추기진 않는다. 단지 한순간의 쾌감보다는 장시간 음악의 깊이에 몰입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비슷한 레벨의 여타 최신 하이엔드 스피커에 비해 중여과 저역의 양감은 확실히 풍부해 말러 심포니는 더욱 더 그윽하고 헤비하게 느껴진다.
“총평”
올림피카 III 가 보여준 소너스 파베르의 현재는 매우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통해 음악을 음미하게 만든다. 캐비닛의 외관은 과거의 그것에 진배 없어 보이지만 그 내부를 꿰뚫어보면 엄청난 변화들이 감지되고 그로 인한 음질적 표정도 많은 부분 바뀌었다. Lyra 형태의 캐비닛 디자인에 더해 유닛들의 소재와 구조 또한 그 못지않다. 운용상에서도 여러 키 포인트가 발견된다. 특히 저음 반상형 타입이지만 포트는 독특한 디자인을 갖고 숨바꼭질하듯 숨겨져 있다. 수직 방향의 매우 작은 플로우 포트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구성되어 있으며 출구의 방향이 지향성을 가진다. 덕분에 스피커 후면과 측면의 어쿠스틱 환경 및 스피커 좌/우 설치 방향에 따른 음질, 특히 저역 특성은 꽤 많은 영향을 받는다. 스피커 자체가 충분한 잔향과 다채로운 하모닉스 정보를 표출해주므로 케이블 및 액세서리를 이를 얼마나 세밀하게 매만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을 보인다.
영웅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남은 신들이 황혼기를 맞이한 나그나로크(Nagnarok) 시대. 일부는 과거에 머물러 그들만의 리그에 속박되어 있고 일부는 고전의 테두리를 부수고 넘어 새로운 시대의 영웅들과 어깨를 겨누며 경쟁 중이다. 소너스 파베르의 혁신은 어디 즈음에 있을까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팔라디오가 비첸차에 바친 그의 생애 마지막 오마주. 테아트로 올림피코는 이미 그 해답을 알고 있다. 이제 올림피카 III 가 소너스 파베르의 르네상스로 화답할 차례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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