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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ell Gyrodec SE 월간 오디오 리뷰 !!

작성자: 킹사운드
2009-06-24 조회 3969

Michell Gyrodec SE ★★★★★



그 어떤 외부도 진동도 배제한다는 설계, 그것은 원의 개념이었다.

햇살이 무척 따갑게 느껴지던 어느 초가을 하교 길이었다. 집이 가까워지면서 조용하던 시골 마을에 느닷없이 커다란 노래소리가 온 마을이 떠나갈 듯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안방 천장 밑에 붙어 있는 유선 방송 스피커 소리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큰 소리였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바심이 일어 걸음을 재촉했다. 노래 소리는 외가 집 밭 가장자리에 꽂힌 두 개의 나팔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구성진 유행가 소리가 주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공연히 들뜨게 만들기에 십상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나팔처럼 보인 것은 확성기 즉, 알루미늄 스피커였다. 나팔에 이어진 전깃줄을 거꾸로 따라가 보니 학교 책상 위에 놓인 유성기의 작은 나팔에서도 똑같은 노래 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작은 나팔 앞에는 학교 아침 조회 시간에 교탁위에 놓인 것과 같은 형태의 마이크가 귀를 모으고 있었다. 유성기 소리를 증폭시켜 들려주는 방식이었다. 처음으로 유성기와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까만색의 둥근판이 빙빙 돌아가면서 노래 소리를 솓아내는 유성기는 참으로 신기한 존재였다. 유성기 앞에는 이미 나보다 먼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책보를 등에 묶어 멘 채로 빙 둘러서 있었다.

그 바로 옆에서는 어른들이 높다란 장대를 세우고 광목을 둘러치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었다. 가설 극장 천막을 치는 중이었다. 노래소리가 두서너 번쯤 끝날 때마다 유성기 바늘을 빼내 던지면 아이들끼리 서로 먼저 주우려고 싸움질을 했다. 반짝이는 금속성 바늘은 나뭇가지에 박아 표저 맞히기 놀이기구를 만드는데 쓰였다. 태엽을 감아주고 소리 박스를 노래판 위에 얹으면 신기하게도 까만팬이 뱅뱅 돌아가며 노래소리를 울려주는 유성기에 대한 기억은 아주 강렬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먼 읍내에서 사는 큰형 댁에는 커다란 독수리표 스테레오 전축이 안방을 차지했다. 유행가가 대부분이었지만 세미클래식 판도 두 서너 장이 있었다. 초등학교 1~2학년 무렵 미군부대(사실은 미국계 광업회사인 운크라였지만)에서 보여준 활동사진에서 보았던 수십 명의 악사들이 들려주던 소리와 같은 것이어서 나는 처음 듣는 순간 거기에 홀딱 빠져 버렸다. 가수의 노래소리와는 비교가 도지 않는 멋진 소리였기 대문이다.

한 두곡이 끝나면 갈아치우는 유성기에 비해 독수리표 전축은 바늘을 갈아 끼우지 않아도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 두곡의 노래가 아니라 여러 곡이 실려 있었다. 축음기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게 벌써 40년 전의 일이다.

오디오의 진보는 음악 애호가인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만든다. 한마디로 그 끝이 어디인지 종잡을 수 없을만큼 날마다 새로운 제품이 개발돼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치 못한 사람들을 기죽이기 일쑤이다. 자이로덱을 보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CD에 밀려 그 존재가 위태로운 지경에서도 여전히 아날로그의 소리를 향상시키기 위해 애쓰는 오디오엔지니어들의 노고에 새삼 경희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날로그 소리가 가지고 이는 그 무한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사용하기 귀찮고 잡음이 많다는 이유 때문에 천대받는 천테이블이 일부 매니아들 사이에서 새삼 각광받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한 쪽에서는 내팽개쳐지듯 창고에 처박혀 있는 운명이 얄궂기만 하다. 한 시절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그리도 애지중지 사랑 받던 턴테이블이며 LP판이 최근에 와서 다시 일부 매니아들에 의해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

반도체 기술이 아무리 눈부시게 발전하다고 할지라도 소리에서만큼은 아날로그를 능가할 수 없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자이로덱 SE도 이처럼 아날로그에 대한 복고적인 기운이 감도는 분위기에 맞추어 개발된 턴테이블의 걸작이다. 적어도 자이로덱 SE는 턴테이블이 지향하고 있는 기술적인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 첨단에 서 있는 작품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계적인 특성은 제쳐두고라도 그 외형에서 풍기는 현대적인 세련미는 단연 발군이다. 오디오가 소리와 함께 그 외형에 적지 않은 개발비를 들이는 이유는 명백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는 귀신 잡는 소리나 다를바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음악은 분명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이다. 따라서 악기를 볼 수 없는 오디오에서는 기기 자체가 악기의 대역을 한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 그러기에 미려한 수관을 가진 오디오일수록 호기심을 자극하고 거기에 취하도록 만든다. 외형이 멋지면 소리의 질 또한 비례할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자이로덱 SE는 오디오 매니아를 홀릴만한 시각적인 미려함을 가지고 있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미니펄 아트의 개념을 적용한 디자인인 것이다. 최소한의 이미지, 즉 필요한 기능만을 구비하고 나머지는 버린다는 원칙에 충실하다. 그러기에 캐비닛을 없애고 플래터를 지지할 수 있는 정도의 베이스만을 갖추었다. 거기에다가 현대적인 소재인 투명한 아크릴릭과 우주색의 상징인 은색 알루미늄으로 꾸며졌다. 오디오 기기라기보다는 하나의 미술작품처럼 보인다.

이 턴테이블의 디자인 개념은 원이다. 가장 심플한 조형의 원리인 원의 이미지를 디자인의 개념으로 설정한 그 자체로서 이미 현대적인 미적감각을 말해준다. 어디 그 뿐인가. 검음색 합금으로 만들어진 플래터며 플래터 밑에서 매달리듯 하며 돌아가는 여섯 개의 추가 만들어내는 역동성은 턴테이블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발상의 산물이다. 관성질량을 활용하여 플래터의 무게 주심을 아래로 끌어내림으로써 안정된 회전을 보장하는것이다. 와우플래터를 원척적으로 봉쇄한다는 의지가 담긴 설계임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세 개의 커다란 구멍이 뚫린 아크릴판으로 베이스를 삼고 스프링 구조의 3점 지지대에 역시 아크릴 판과 같은 크기 및 형태의 알루미늄 구조의 충격흡수 베이스를 엇갈려 장착하고 있다.

플래터의 움직임에서 생길 수 있는 미세한 진동조차 흡수하기 위한 베이스 한편에는 암을 장착하고 플래터를 공중에 띄운다. 그리고 플래터 아래쪽에 금속 봉의 스핀들이 있고 스핀들 축 위로 베어링이 들어간다. 최종적으로 플래터를 떠받치는 것은 베어링이다. 플래터는 바로 이 베어링을 축으로 하여 돌아가는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서커스에서 접시돌리기와 같은 개념이다. 이와 같은 디자인은 턴테이블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떠한 형태의 진동도 배제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 정도의 설계개념이라면 일단 암과 플래터에서 생길 수 있는 물리적인 외부 진동을 극소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SE의 설계철학의 백미는 모터이다. 모터를 턴테이블의 모든 장치로부터 완전히 절연시켜 외부에 놓음으로써 기계적인 진동이 플래터에 미치는 영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알루미늄 베이스에 개구리처럼 튀어나온 두개의 작은 원형 홉을 돌출시켜 한 곳에는 모터 자리를 마련했다. 모터는 완전히 분리된 채 풀레터에 벨트를 걸어 무한궤도의 원운동을 촉발하고 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이 턴테이블이 그렇다.

그러면 소리는 어떤가. 단적으로 말해 레코드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가장 충실하게 번역해낸다고 보면 좋다. 전기를 소리로 바꾸어애는 카트리지의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장치이다. 이 턴테이블은 어떠한 형태의 스스도 타박하지 않는다. 성악, 피아노, 바이올린, 관현악 그 어떤 음악도 소스에 적힌 대로 가장 충실하게 표현하다. 고음의 유려함과 저음의 풍성함은 이제까지 들어오던 레코드에서도 듣지 못한 소리조차 끄집어 내는 능력이 있다.

그 어떤 강요된 외부적인 음도 받아들이지 않고 카트리지나 암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인 특성을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말이다. 이제가지 형편없는 저가의 장비라고 푸념해온 매니아일수록 SE를 필료로 할지 모른다. 한 차원 다른 음의 세계를 열어줄 것이다.

그러나 참고로 이 턴테이블이 가지고 있는 기본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장착이 필요하다. 세팅부터 음질 테스트까지 구매처의 전문가에게 일임하는것이 좋다. 까다롭다기보다는 그만큼 예민한 기계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다.

- 월간 오디오 리뷰 발췌 -

[ 자이로덱 SE + 모크 UP-4 미리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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