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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 사운드 B620 찬가!!!!!

작성자: 킹사운드
2009-06-24 조회 3655

HIM 사운드 B620 찬가!

'국산' 이라는 말에 다시 한번 쳐다보다



계절은 어김없이 흘러 이제는 겨울이다. 뉴스에서는 올 들어 제일 추운 영하 10도라고 법석을 떤다. 겨울이라는 단어에는 '춥다' 가 당연히 수반되건만, '추운겨울' 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에 소란을 피우는 것을 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따뜻한 겨울'이 일상화된 탓일지도 모른다. 올 겨울은 유난히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1997년 IMF 위기를 능가한다는 경제 불황, 환율 폭등, 내년의 암울한 경제 전망까지 겹쳐 그렇지 않아도 을씨년스럽고 어수선한 마음을 한층 더 어지럽게 만든다. 경제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틀' 이 어떤 사정인지 전혀 알 길이 없지만 하루빨리 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겨울은 우리 오디오파일에게는 이년 중 최고의 시즌이다. 여름에는 손사래를 칠 진공관식이나 A클래스 파워앰프의 열기가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는 계절이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낸 계절의 변화는 같은 음악이라도 한결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비록 올 겨울은 경제 사정이 어렵고 환율 때문에 다양한 신제품을 접하기 어렵게 되었지만 주변을 잘 살펴보면 얼마든지 좋은 제품을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저평가되었거나 묻혀 있던 제품을 찾아낸 진가를 맛볼 수 있는 계기를 삼는다면 오히려 보람있는 계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에게 오늘 소개하려는 'HIM 사운드'의 스피커는 바로 이 겨울을 충분히 의미 있게 만들 훌륭한 제품이다. 내가 이 제품을 처음 접한 곳은 신제품의 시청이 주로 이루어지는 '소노리스'란 수입원의 시청실에서였다. 견고하고 빈틈없이 짜 맞춘 인클로저에 균형과 절제미를 갖춘 디자인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국산' 이라는 말에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국산' 한국에서 만든 물건, '메이드 인 코리아' 라는 뜻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국산품 애용', '외제 사치품 사용은 매국'을 귀따갑게 들으며 자란 세대이다. 그 정도면 국산품, 우리 것에 자부심을 가질 법도 하련만 도데체 나는 언제쯤이면 '국산' 이라는 단어가 주는 기묘한 위화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내 윗세대는 물론이고 아랫세대, 아니 아이들까지도 좋은 것은 '외국산'이다. 실내 장식이 멋있는 음식점은 '외국풍'이고 경치가 뛰어난 곳을 보면 '외국제를 능가한다'는 말은 기본이다. 아무리 경제 상황이 안 좋다고 하지만 세계 10위에 육박하는 교역국이고, 말로는 5천년 유구한 문화 민족이라고 떨벌리면서도, 좋은 것은 '외국' 이고 '국산' 은 무언가 부족하다는 그 생각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근대화 과정과 맞물려 서구 중심주의 빚어낸 이런 사고방식에 질색인 나마저도 결국은 여기서 맴돌고 있는 것인가 하는 자괴심에 입맛이 씁쓸하다. 그래 ! 잘 만든 오디오 제품은 외국산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내 무지와 편견을 비웃어다오



당당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필자의 눈길을 끌다

처음 들어본 소리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B620이라는 군사 무기 비밀번호 같은 다소 생소한 모델명과는 달리 소리는 '보편타당'하면서 음장감이 상당해, 공간을 확실하게 장악하는 것이었다. 다시 이름을 들여다 보았다. "HIM' 은 'His Imperial Majesty' , 그러니까 '황제 폐하' 의 약자이다. 서양의 경우 국왕을 직접 만나 '폐하'라고 부를 때면 'Your Majesty' 라고 하며, 3인칭으로 호칭할 때는 'His' 혹은 여성의 경우 'Her' 'Majesty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디오계를 평정하는 황제가 되겠다는 의도도 좋고, 우리말로 읽어도 '힘' 이 되니까 제법 신경을 써서 작명한 이름이다.

이 황제가 기거하시는 곳은 충청남도 보령이다. 우리 애호가들도 잘 아시겠지만 대구의 누구, 대전의 누구 식으로 한 때는 각 지방마다 오디오의 고수들이 있었다. 이 분들이 만든 제품 중 몇몇은 지금도 높은 대접을 받고 있다. '서울 공화국' 의 블랙홀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방의 고수들이 하나 둘 사라졌지만 그래도 계속 버티면서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 분들이 몇몇 있다.

물론 제품 흥보도 어렵고 판로도 좁아 소량 생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게다가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비용도 대폭 줄일 수 밖에 없다보니, 외관이 매력적이지 못한 결점을 안고 있다. 성능 하나로 진검승부를 내보려고 하지만 외국의 세련된 제품에 길들여져 있는 수도권 소비자들의 눈을 끌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모든 어려움을 무릅쓰고 보령에서 분투하는 이 분은 조기행 사장. 본래 엔지니어 출신에 목공예에도 남다른 손재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이 분야의 종사자들이 대개 그렇듯 애호가에서 시작하여 급기야 제품 생산에까지 뛰어들었다. 2002년부터 개발을 시작하여 무려 6년이 지난 2008년 4월에 '아이어 쇼' 에 첫선을 보였고, 본지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제품에 대한 홍보도 시작했다. 참으로 무던하고 끈질긴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대단히 꼼꼼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으로 추측된다.

일단 당당하고 세련된 외관이 눈에 들어온다. 목공의 마무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 신제품 시청 리포트 관계로 많은 제품을 접해본 결과로 자신있게 말할 수 있지만, 이 정도로 외관을 잘 만든 스피커도 쉽게 찾을 수 없다. 사다리꼴의 안정된 구도, 전후 좌우의 만듦새, 무늬목의 마감,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함께 딸려온 스탠드 또한 일품이다.

속에 모래를 채워 넣을 수 있으며 스피커와 3점 지지 스파이크로 연결되는데 목재 가공은 물론이고 무게, 안정감, 사운드에서도 발군이다.
가히 황제의 위용이다. 홈페이지(www.himsound.kr)를 보면 그가 인클로저 제작에 어느 정도의 공을 쏟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 정도의 솜씨라면 세상 어느 곳에 내놓아도 톱클래스 레벨에 속한다.

제작자는 이 모양을 만들어내기 위해 몇 트럭분에 해당하는 불합격품을 버렸다고 밝힌다. 본인 말로는 만들고, 테스트해보고, 또 만들고, 또 테스트하는 단순 무식의 시행착오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 이렇게 해서 현재 플래그쉽 모델에 해당하는 아리랑을 필두로 톨보이형의 T640, L830,

그리고 북셀프형으로 B620을 선보이고 있다. B620에 사용된 유닛은 덴마크 피어리스의 트위터와 중국의 대표적인 명기 아룸 칸투스 우퍼이다. "아니, 이 양반 정신이 있어 없어? 지금이 어느 때인데 중국제를 들여다 써? 스카닝이나 아큐톤을 써도 소비자가 쳐다볼까 말까 하는데 말이야."

이건 자살 행위다. 중국제와 국산을 비교해 보았을 때 국산이 단연코 비교 우위와 절대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판국에 중국제 유닛을????



북셀프형이지만 저역도 잘 터져......

사실 우리 애호가들도 국산을 매우 아낀다. 비싼 돈 주고 외국산을 사지만 암음 한구석은 왠지 미안하고 찜찜하다. 국산품 사용과 애국 애족은 같은 것이라고 듣고 배우면서 자라온 조금 나이 든 세대의 애호가들일수록 그런 미안함은 더 심해진다. 또 가격 대비 성능은 물론이고, 절대 성능에서도 뒤지지 않는 좋은 제품이 있다는 사실도 잘 안다.

문제는 오디오파일의 속성상 바꿈질할 때 중고가격이 대폭 깍인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럴 때는 중고 가격 산정에서 많이 깍이지 않도록 고급 부품을 많이 쓴 제품이 소비자들에게는 인기가 있다. '여기 들어간 부품 값만 어마인데? 하면서 어느 정도 가격을 유지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니까. 그런데 이 스피커는 그것마저도 외면하고 있다.

될 수 있으면 제품평을 할 때에는 제작자와 통화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어 전화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드디어 운을 뗐다.
"어째 유닛이 좀..."
"스카닝이나 아큐톤을 사용하면 대개 정해진 소리틀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요.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비싸져요."
사실 그렇다. 하이파이에 접급하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한 셋트에 50만원이 넘는 스카닝이나 아큐톤은 곤란하다.

잘 만들고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었으며 외국 유명 스피커에서도 채용되는 유닛을 단지 중국산이라는 이유로 외면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말이다. 이 가격에 이 성능을 능가하는 다른 유닛이 없다는 사정,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얻기 위해 온갖 유닛을 테스트한 끝에 결정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가 지향하는 스피커는 예쁘고 결이 가는 소리보다는 다소 올이 굵으면서 치밀한 소리, 깨끗하고 청명한 소리보다는 약간의 두께를 갖고 무게 중심이 낮은 소리, 아름다운 세부 묘사를 장기로 하는 표현형 스피커보다는 현장감과 스케일이 좋은 음장형 제품이다. 실제로 들어보면 꼭 그 성향이다. 북셀프형이지만 현장감이 좋고 저역이 잘 터져 나온다.

양감과 탄력이 좋고 잘 다듬어져 있다. 앰프 매칭도 수월한 편이지만, 그래도 전원부가 튼튼하고 스피커 구동력이 뛰어난 앰프면 금상 첨화일 듯 싶다. 일본제 인티앰프와는 잘 맞지 않으며 진공관은 EL34 이상의 5극관을 채용한 앰프와 잘 어울린다.


다시 스피커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지향하는 목표와 성향을 분명히 밝히고, 가격 한계내에서 최선의 유닛을 조합하여, 최고 수준의 만듦새로 뽑아낸, 훌륭한 '국산' 스피커를.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앞으로는 오디오 제품 앞에 국산이라는 말을 필요 이상으로 붙이지 마시오. 그냥 그대로 절대 기준으로 냉정하게 평가해주십시오. 국산을 홀대해서도 안 되지만 응석받이로 만들어서도 곤란하지 않겠소?"

[하이파이저널 2008년 제16권 제 6호 리뷰어 : 정 승 현]

[ HIM SOUND B620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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