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오디오의 사운드 트렌드를 제시
박 : 제품 크기가 작습니다. 그러나 능력은 대단합니다.
신 : 201, 501 파워앰프도 크기가 작습니다. 비에놀에서 제작한 아이튠 우즈를 넣어서 콤팩트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크기에 비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출력을 자랑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박 : 제프 롤랜드 모델 1에서 모델 9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이 제품은 제프 롤랜드에서 생산한 제품도 저렇게 될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을 줄 수 있겠습니다.
신 : 그러나 덩치 뿐만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 있어서 제프 롤랜드는 일관성 있는 콘셉트를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이 : 지금까지 들어본 제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군요.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소릿결이 매력적입니다. 차가운 인상의 섬세함이라기보다는 온화한 인상의 섬세함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제품입니다. 음악적인 표정도 매우 자연스럽게 다가오네요.
박 : 최근의 제프 롤랜드 제품의 두드러진 특징이라면 고음역에서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광채를 들 수 있습니다. 과거의 모델들이 평상시에는 온화한 표정이었다가 순간적인 다이내믹을 통해 매우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면, 최근의 모델들은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소리를 들려주다가 고음역에서 마치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듯 순간적으로 광채를 발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프 롤랜드 본인의 친필 사인 같다고나 할까요.
이 : 악기의 특성도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관악기 중에서 클라리넷, 플루트, 호른, 바순이 자니고 있는 미세한 악기 특성과 울림을 선명하고 자연스럽게 포착해주고 있습니다.
박 : 목관악기 재생은 오디오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유연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제대로 된 목관악기의 질감을 느낄 수 없죠. 제프 롤랜드는 예전부터 이런 유연성 면에서 큰 장점을 지니고 있었는데, 최근에 들어서 이런 장점이 더욱 뚜렷이 부각되고 있는 듯 합니다.
신 : 제프 롤랜드의 제품들이 유연성과 여유란 면에서 장점으로 평가 받기도 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개성이 불분명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을 들어보니 과거 제품들에 비해 자기색깔이 좀 더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박 : 하지만 과거 모델들에 비해 응집력이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과거 모델들은 대체적으로 차분한 맛이 강했었죠.
신 : 저역의 무시무시한 느낌도 대단했었죠. 그런 인상은 이 콘체르토 인티앰프 뿐만 아니라 지난번에 소개한 프리앰프에서도 지적되었던 부분입니다. 최근의 제프 롤랜드 제품들의 전반적인 성향이 반영된 특징이 아닐까 싶은데요.
박 : 제가 약간 옛날 세대에 속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콘체르토의 세련미가 좀 과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도회적인 성향이 상당히 많이 가미된 자연스러움이랄까요?
신 :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이전에 들었던 MBL 이 도회적인 풍취가 물씬 배어났다면, 제프 롤랜드의 콘체르토에서는 목가적인 분위기의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박 : 올바른 지적입니다. 하지만 과거 제프 롤랜드의 제품들에 비해 이 콘체르토가 인공적인 세련미라는 요소를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신 : 음악 평론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 제품의 큰 특징은 무엇일까요?
이 : 오디오를 통해 음악을 감상할 때 꼭 소리만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작곡가가 마음 속에 그린 음악적 그림을 함께 생각하기도 합니다. 작곡가가 음악을 작곡을 할 때 표제음악이든 아니면 자기만의 상상이든 마음 속에 그림을 그리게 마련이죠. 그런 면에서 콘체르토는 작곡가가 마음 속에 품고 있다가 작품에 그려넣은 그림을 듣는 이가 자연스럽게 상상하게끔 도와주는 매력을 지닌 앰프인 것 같습니다.
박 : 제가 지난 4월호 특집 서문에다 파스칼 키냐르의 '은밀한 생' 에서 인용한 말이기도 합니다만, 음악행위의 본질은 듣기에서 출발하며 소리의 생산에 앞서 이 듣기라는 절대 행휘가 선ㅅ행한다는 내용입니다. 듣지 못하는 것을 악보에 옮길 수 없듯 작곡가가 자신의 모든 생각과 마음을 다 기보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이성일 선생님은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제프 롤랜드의 엔지니어나 설계자들 역시 이런 문제들을 자신의 제품에 반영하려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소리를 단순히 전자공학에서 생각하는 계산적인 차원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계산 너머의 세계를 어떻게 응시하게끔 만들 수 있는가라는 고민이 담겨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듣는 음표 너머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제작자 입장에서 어떤 식으로 회로를 구성하고 튜닝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신 : 콘체르토는 현대 앰프가 지향하는 조건을 만족시키면서도 자기만의 독특한 철학이 보이는 제품입니다. 그렇다면 이 제품이 오디오 애호가와 음악 애호가들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현대 오디오의 레퍼런스적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박 : 제프 롤랜드의 콘체르토는 현대적인 오디오의 트렌드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동시에 그 반대로 음악적인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제품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사운드 특성을 지닌 제품은 계속해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 : 사실 제프 롤랜드를 주류 하이앤드라고 보기 힘든 면이 있었고, 여러가지 긍정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는 특징이 있지만, 또 다른 형태의 주류 트렌드에 묻혀질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박 : 저는 낙관적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음악 애호가와 오디오 애호가를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접점에서 음악 해오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제프 롤랜드가 쉽사리 세계 오디오 시장에서 사라질 리는 없겠지요.
신 : 대담의 마지막 제품으로 콘체르토를 시청했기 때문인지 여러가지 흥미로운 점을 시사해주는 제품인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메이저 업체들이 자사의 고유한 사운드 특성을 유지해오고 있다면 제프 롤랜드의 콘체르토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박 : 맞습니다. 앰프만이 아니라 스피커 분야에서도 그런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그 핵심에 제프 롤랜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신 : 다른 하이엔드 업체들의 반응이 매우 궁금합니다.
박 : 저 또한 궁금해지는군요. 마크 레빈슨의 경우도 최근 몇 년 사이 음향의 철학이나 스타일에서 상당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크렐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유서 깊은 업체들은 자신이 지켜온 전통이나 관점을 항상 그 중심에서 지속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소리의 다양함은 두 손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닮아간다는 것은 오디오를 취미로써 더 이상 영위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소리의 다양한 측면이 존재했기 때문에 지난 백 년 동안 오디오가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 콘체르토 뿐만 아니라 다른 인티앰프에 대한 평가도 시청하는 사람에 따라 매우 색다른 견해가 나올 것 같습니다.
박 : 음악을 듣는 다양한 취향만큼이나 소리를 접하는 사람들의 견해도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다양성이 음악표현의 한계를 넓혀주는 주된 요인입니다.
신 : 박 선생님과 저의 오디오 취향은 사실 극과 극 아닙니까?(웃음)
박 : 맞습니다(웃음)
신 : 그런데 이번에 시청한 제품들에 대한 인상에서는 의견이 상당이 일치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리 취향이 다양하다고는 하지만 기기 특성이나 음악적인 전달력 부분에서는 분명히 탁월한 특징이 있는 제품들이 존재합니다.
박 : 소리는 하나입니다. 그 하나를 제시하면 모든 것이 되는 하나인데,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하나가 곧 삼라만상이고 삼라만상이 곧 하나이니라' 라는 뜻이죠. 하지만 오디오에서 이 경지를 구현하기란 절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신 : 제프 롤랜드 콘체르토를 시청하면서 문학, 철학, 불교 등 참 여러가지 심오한 얘기들이 많이 오가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콘체르토가 훌륭한 제품임에는 틀림 없다는 의미겠죠. 그렇다면 이 제품의 단점이라는 무엇일까요?
박 : 현악 4중주에서 선율의 매듭과 풀림이 다소 과도하게 표현되는 등 음악의 밀착되어 있기보다는 약간 흥분된 상태로 소리를 몰고가는 듯한 경향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주변기기와의 매칭에 따라 컨트롤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신 : 저는 음질이나 기계적인 문제를 떠나서 크기가 너무 작지 않나 생각되는데, 전원스위치가 앞으로 나와있지 않은 게 불만입니다. 물론 의도는 이해합니다. 전원 스위치를 끄지 말라는 말인데, 설치해도 끄지 않을테니 앞에 설치해주는 게 편리하지 않을까 싶네요.
박 : 덩치가 크면 대부분 랙 밖에 내놓고 사용하지만 콘체르토처럼 작은 앰프는 랙 안에 넣어두기 때문에 스위치 조작하기가 불편할 수도 있어요.
신 : 남편이 앰프를 켜놓고 외출해도 전원스위치가 보이지 않으니 아내가 함부로 끌 수도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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