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VD-2800의 후속기인 DVD-2900은 상위 모델인 DVD-3800에 SACD 지원과 더욱 정교한 화질 튜닝을 하고 가격은 낮춘, 가격 대 성능 비 뛰어난 모델. SACD와 DVD-오디오 모두에서 뛰어난 음질을 보였고 크로마 버그, 링잉 없는 첨예한 영상은 인상적이었다.
파이어니어가 개척한 멀티채널 유니버설 플레이어 시장. 파이어니어가 만든 최초의 멀티채널 유니버설 플레이어 DV-S747A는 정식 수입이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인기를 누렸고 필자 또한 사용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SACD나 DVD-오디오의 재생 능력이 둘 중 한 가지만 지원하는 모델에 비해 떨어지고 DVD 영상마저 동급의 타사 제품에 밀리는 등 성능에 불만을 느낀 애호가들이 많았던 것 역시 사실이다. 이후 마란츠 DV-8300과 온쿄 DV-SP800등이 발표되어 음질면에서는 파이어니어 DVD-S747A에 비해 훨씬 향상된 실력을 보였지만 파이어니어와 동일한 메커니즘을 사용한 화질은 별 차이가 없었다.
파이어니어에서도 후속기로 DVD-S755Ai와 DV-S585Ai를 출시했으나 I-Link 장착을 제외하고는 화질과 음질면에서 그다지 큰 개선점이 없는, DV-S747A의 연장선상에 놓인 제품들이었다. 때문에 필자를 비롯한 많은 애호가들이 유니버설 모델을 포기하고 포맷마다 기기를 따로따로 사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을 떄 파이어니어 메커니즘을 사용하지 않는 유니버설 모델들이 야마하, 데논에서 출시되기 시작했다. 데논의 경우 최상급 두 모델 DVD-A1과 DVD-3800이 DVD-오디오만을 지원했던데 비해 DVD-2900은 실리콘 이미지 사의 Sil504 칩을 사용한 프로그레시브 모델이면서 데논 최초의 멀티채널 SACD/DCD-오디오 플레이어이다.
유니버설 모델이기에 관심이 가는 사운드를 먼저 말하자면 SACD 재생은 소니 DVP-NS000ES와 DVD-오디오는 파나소닉 DVD-RP91과 음질을 직접 비교했고 마란츠, 온쿄, 데논 DVD-A1, 파이어니어는 기억에 근거했다. DVD-2900은 소니 2세대 DSD 디코더 CXD2753을 사용하고 데논의 주문에 의해 특별 제작된 버브라운 PCM1790 PCM/DSD 프로세서가 D/A 변환을 맡는다.
SACD 재생을 먼저 언급하자면 결론적으로 소니 DVP-NS999ES보다 백지 한 장 정도 못 미친다는 인상이지만 파이어니어보다 노이즈가 적고 투명하며청감상 S/N과 해상력, 음장감, 정보량 모두 우수한 한 차원 위의 사운드다. 소니에 비하면 섬세함에서 약간 열세를 보이고 저음역의 응답과 탄탄함에서도 미세하게 밀리지만 저음역의 양감은 약간 많고 무게 중심이 소니보다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다. 마란츠와 온쿄는 기억에 의존해야 하지만 특히 마란츠는 취향에 따라 좋은 승부가 예상된다.
DVD-오디오의 경우 파이어니어 DVD-S747A와 파나소닉 DVD-RP91은 비슷한 수준이거나 미세하게 DVD-RP91의 손을 들어줄 정도였는데 데논 DVD-2900은 여기서도 한 단계 높은 성능이다. 앞의 두 제품보다 선이 굵고 윤곽이 분명한 소리이면서 전대역의 해상력과 섬세함에도 앞서, 데논의 최상급기 DVD-A1에는 못 미쳐도 200만 원 미만 제품 중에는 최상위급이다.
사용된 칩은 한 단계 아래지만 성능은 두 단계 위
파이어니어 메커니즘을 사용한 제품들이 결정적으로 심한 크로마 버그와 그저 그런 프로그레시브 변환 능력으로 비디오 플레이어로서 기대에 못 미쳤다면 데논은 화질로 그들을 능가한다. 비디오 DAC도 14bit의 최상위 제품을 사용하는 DVD-A1을 비롯한 각 브랜드의 톰 모델에 비해 한 단계 아래인 108MHz/12bit의 아날로그 디바이스 사 ADV7300 칩을 사용했지만 영상은 그 이상이다. 단적으로 말해 크로마 버그가 기대한만큼 전혀 없지는 않다. 본 편 시작 전의 경고 문구나 메뉴 화면의 붉은 부분에서는 간혹 눈에 띄지만 <토이 스토리>를 비롯한 DVD 타이틀 본편 영화에서는 전혀 에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필름 소스에서는 우열을 가리지 힘들지만 비디오 소스의 프로그레시브 변환은 파로저 칩에 비해 능력이 떨어져 소프트해보이고 계단 현상도 나타난다. 영화 재생 중 자막의 빗질 현상이 간혹 보이고 슈퍼비트 DVD 타이틀의 메뉴 화면이 뜰 때도 예외 없이 빗질 현상이 보이지만 역시 본 편 상영 시에는 흔들림 없는 안정적인 i/p 변환 능력을 보여준다. 즉, 아직은 실리콘 이미지 칩의 잠재력을 완전히 살리지 못한 인상이다.
반면에 뛰어난 색감과 압도적으로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은 매우 인상적이다. DVD-A1은 노이즈가 확연히 낮아져 감탄했지만 디테일과 선명도에선 오히려 DVD-2900이 DVD-A1보다 위에 있지 않나 생각될 정도다. 한마디로 영상 S/N이 높고 뛰어난 콘트라스트로 아주 어두운 부분부터 밝은 부분까지 깨끗하고 뚜렷하게 디테일을 보여주며 노이즈 플로어도 놀랄 만큼 낮다. DVD-2900은 윤곽 강조로 인한 기기 자체의 링잉이 전혀 없으면서도 동시에 소프트한 느낌도 없어 그야말로 첨예한 선명함을 드러낸다. 색감은 DVD-A1을 연상시키며 DVD-RP91과는 약간 틀려 디스플레이 조정을 약간 바꿔야하지만 발생과 새츄레이션 모두 곱고 예쁜 색감이다. 흔히 쓰는 '한 꺼풀 벗겨낸 듯한 샤프한 이미지'라는 찬사가 딱 들어맞는 영상이다.
테스트 패턴상으로는 R(레드), G(그린)는 맞지만 B(블루)에서 약간의 YC 딜레이가 있고 화면이 아래쪽으로 2%, 위로 1%가량 쏠렸으나 디스플레이에서 조정 가능하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 해상도 패턴도 사선 부분에 미세하게 계단이 보이지만 그야말로 최고 해상도까지 롤오프 없이 명확하게 나타낸다. 이처럼 자잘한 문제점이나 저음역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 리모컨 등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펌웨어가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며 최근 우수한 저가형 제품들을 평하면서 그 가격대의 영상과 비교해 고급기는 어떤 화질을 보여야 그 값이 정당화될까 하는 의문에 대해선 정확히 10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답을 얻었다.
결론적으로 아직 몇 자기 문제점이 있지만 데논 DVD-2900은 DVD-2800의 후속기라기보다 DVD-3800에 SACD 지원과 더욱 정교한 화질 튜닝이 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100만 원 이상 낮아진 베스트바이 유니버설 기기라고 생각한다.
[HiVi (이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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