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는 오디오의 주역
오디오의 주역은 말할 것도 없이 스피커이다. 앰프를 바꾸어도 소리는 변하고, 또 CD를 바꾸어도 역시 소리는 달라진다. 아니 스피커 케이블이나 접속 케이블을 바꾸어도 소리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것을 바꾸어도 스피커를 바꿀 때만큼 소리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흔히 JBL의 사운드, 타노이의 사운드라는 식으로 말하는것도 스피커를 중심으로 소리의 질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앰프나 CD플레이어를 바꾼다고 해도 JBL의 사운드나 타노이의 사운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어느 외국 잡지에서 이런 비유를 읽은 일이 있다. 즉 스피커가 교향악단과 같다면 앰프는 지휘자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빈 필이나 베를린 필과 같은 초일류의 교향악단이라면, 비록 커리어가 부족하고 역량이 모자라는 지휘자라도 어느 수준 이상의 음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아마추어 교향악단이라면 아무리 카라얀이나 번스타인 같은 명지휘자가 지휘를 한다고 해도 수준 이하의 소리밖에는 끌어 낼 수 없을 것이다. 그 교향악단의 능력이 그것밖에는 안되기 때문이다.
오디오도 꼭 마찬가지. 가령 1백만원짜리 스피커에 10만원짜리 앰프를 연결한다면 110만원의 소리가 나지만, 반대로 1백만원짜리 앰프에 10만원짜리 스피커를 물린다면 결과적으로 10만원짜리 소리밖에는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디오 시스템에서 스피커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가에 대한 단적인 비유이다. 그만큼 소리를 만드는 데 있어서 스피커의 역할은 중요한 것이다.
물론 오디오란 전체적으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하는 소위 토털밸런스가 중요한 경우도 있다. 특히 보급품일수록 스피커 앰프, CD플레이어 등의 균형있는 매칭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시 스피커의 중요성이 감소되는 것은 아니다.
길들이기에 따라서 다른 스피커
스피커는 사용하다 보면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세월과 함께 에이징이 되어갈수록 주인의 취향을 닮아간다고나 할까. 뻑뻑하고 날카로운 소리만을 내던 스피커가 어느덧 부드러워지고 유연성이 생기며 단정한 소리를 내는 경우를 흔히 본다. 소리란 만들기 나름이란 말도 있듯이 어떻게 길들이고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서 유닛도 인클로저도 놀랄 만큼 경년변화를 겪게 되는 것이다.
즉 인클로저의 내부점검 유닛의 댐프, 보강재의 투입, 흡음재의 컨트롤, 네트워크의 개조 등을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최상의 사운드 박스를 만들어 내는 것은 사용자의 몫이다. 재산적 가치, 컨트롤 테크닉의 미숙등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스피커의 개조에 부정적인 경향이 지배적이지만, 외국의 경우는 극히 일반적이다. 말하자면 스피커에는 표준 해답이 없는 셈이다. 약간의 보강만가해도 스피커는 놀랄 만큼 다른 소리를 낸다. 또 사용 조건이나 환경에 따라서도 소리는 달라지게 된다. 메이커에서 조정해 놓은 것이 가장 완벽한 컨디션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해다.
간단한 손질 방법 중의 하나가 나사죄기다. 신품의 스피커를 사서 사용하다 보면 유닛을 붙인 나사 등이 풀어져 느슨해지는 수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닛의 진동이나 인크로저의 나무가 건조되거나 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특히 타노이의 웨스트민스터 로열이나 캔터베리 등 38cm짜리 대형 유닛이 장착된 프리스티지 시리즈의 경우, 효험을 많이 보게 된다.
오랜 세월 동안 손을 대지 않은 스피커라면 나사가 몇 바퀴식 돌아가는 수도 있지만, 1~2년 정도라면 반 바퀴 정도. 스피커에 흠을 남기고 싶지 않으면 드라이버를 천에 싸서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지나치게 힘껏 죄면 스피커가 망가지거나 유닛에 변형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나사만 죄어도 소리는 달라진다. 특히 배플과 유닛의 플랜지(flange) 사이에 틈이 생겨 공기가 새는 경우에 효험이 있다.
인클로저란 공기가 새면 실격이다. 따라서 나사를 조여도 계속 공기가 새면 강력 접착제 등으로 밀폐해야 한다.
공기가 새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간단히 모기향을 이용하면 된다. 저음이 풍부한 관현악곡 등을 틀어놓고 모기향에 불을 붙여 각 유닛의 플랜지에 가까이 대고 연기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이다.
댐프란 불필요한 진동 억제
댐프(damp)만으로 스피커의 음질은 상당히 달라지는 수가 있다. 댐프란 오디오 기기에 있어서의 불필요한 진동을 억제하는 행위. 그 의미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데드닝'이라고 하는 전문가도 있다. 좀 더 물리학적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에너지를 열로 바꾸어서 소멸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CD플레이어나 앰프도 댐프는 효과적인 경우가 많지만, 스피커처럼 댐프의 필요성이 큰 것도 없다. 그만큼 스피커는 불필요한 진동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한편 베이스리플렉스 방식의 스피커라면 덕트를 댐프하는 방법도 있다. 음의 투명도가 좋아지고 저음이 잘 살아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흔히 포트(port)라고도 불리는 파이프 덕트는 효율이 뛰어난 것이 큰 장점. 그 때문에 많이 이용되고 있으나, 파이프 자체가 공진을 일으켜 진동하기 쉬운 것이 결점이다. 따라서 최근에 설계된 스피커일수록 이에 대한 보강에도 많은 신경을 써서 여러 가지 공진 대책을 철저히 세우고 있다. 그러나 옛날 스피커는 이 점이 미흡한 편. 댐프를 해서 덕트의 공진을 줄이면 저음이 한결 치밀해지고 중음의 투명도도 높아진다.
댐프의 방법은 스피커를 열고 덕트에 특수 접착제를 바른다든가, 테이프 따위를 감는 것. 밑에다 보강재를 대어 고정시키면 더욱 효율적이다. 이때의 테이프는 고무로 된 테이프가 안성맞춤. 고무 테이프는 오디오용으로는 여러 가지 용도에 쓰일 수 있는 유용한 테이프로, 테이프 전문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또 스피커의 유닛을 댐프하는것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보이스 코일의 반작용에 의한 진동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댐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고무 테이프 등을 유닛의 리어 플레이트(유닛의 뒤쪽 글씨가 쓰여 있는 부분)나 프레임에 붙이면 된다. 이때의 고무 테이프는 두꺼울수록 효과적이므로 고무 테이프를 여러 겹으로 덧붙여서 사용하면 된다. 고무 테이프를 구하기 어려우면 고무 시트 조각을 접착제로 붙여도 좋다. 유닛에 플래스틱 커버 위를 감싸도 된다.
보다 적극적인 댐프로서는 유닛의 리어 플레이트에 납이나 쇠붙이 조각 따위를 붙이는 방법도 있다.
일본의 에가와 사브로란 평론가는 유닛에 무거운 비자성 금속 파이프를 대어 댐프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유닛도 인클로저도 진동에 영향받지 않을수록 음질이 좋아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아무튼 유닛을 댐프하면 확실히 자극적인 음이 부드러워지고, 투명도가 높아지는 등의 효과를 보는 수가 많다.
필요악적인 존재, 흡음재
스피커의 인클로저 내부에 흡음재를 넣는 것도 일종의 댐프이다. 흡음재를 넣음으로써 인클로저 자체의 공진이나 유닛의 공진을 억제하고 정재파를 방지하는 등, 소위 '통소리'를 없애기 위해서이다.
정재파란 소리가 인클로저 벽에 부딪혀서 반사되어 생기는 불유쾌한 반향음. 흔히 아파트의 가구가 없는 방 등에서 스피커를 울리면 윙윙거리는 소리로 변하는 것은 정재파 때문이다. 흡음재를 넣으면 이러한 정재파는 흡음재에 흡수되어 버리게 된다.
또 흡음재는 필요악적인 존재.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스피커의 능률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음의 생동감과 순발력 등이 둔화되고 다이내믹 레인지나 투명도가 떨어지게 된다. 정재파뿐만 아니라 음악의 미세 신호까지도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의 스피커들은 되도록이면 흡음재의 양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옛날의 스피커, 특히 1960년대나 1970년대 전반기에 제조된 빈티지에 가까운 스피커일수록 흡음재를 많이 사용했다. 대체로 유닛 자체의 제동력도 부족했을뿐더러, 앰프의 제동력도 신통치않았기 때문이다. 결점을 결점으로 보완하려 했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피커의 유닛도 놀랄 만큼 개선되었고, 또 앰프도 고효율·고출력의 제품이 중심 상품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음질에 대한 취향이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요즘은 생음에 가까운 사운드가 추구되는 경향. 즉 부드럽고 온화하며 BGM적인 재생이 요구되던 옛날에 비해 선명하고 스피드감이 있고, 폭발하는 다이내미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십년 전에 제작된 스피커에서 흡음재를 줄이면 사운드도 상당히 세련된 느낌을 준다.
최근의 스피커 중에는 인클로저의 뒤쪽 벽에만 약간의 흡음재를 붙인 것도 많다. 이런 정도까지 흡음재를 줄인다는 것은 모험이겠지만, 절반 정도만 줄여도 놀랄 만큼 현대적인 음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하이파이저널 47호 글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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